매일신문

비자금 폭로 정국 어디로 가나

DJ비자금사건을 계기로 벼랑끝 위기로 치닫고 있는 대선정국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최근에는 급기야 현재의 대선구도 자체가 유지될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정가에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다. 그만큼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이제는 혼란정국에 경제계도 연루될 조짐이다.

자칫 정국이 파국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며칠동안 나온 얘기들을 통해서도 조금은 감지할 수 있다. "김총재같은 부도덕한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의 말은 한마디로 'DJ타도'를 뜻하고있다. DJ가 무너질때까지 싸움을 걸겠다는 결연한 자세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안동선(安東善)의원은 공개석상에서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승리이외에는 인정치않겠다는 것이다. 김총재도 "이번 비자금사건은 국민의 힘으로 해결해나갈 수 밖에 없다"고 톤을높였다. 요즘 정치권에서 사라졌던'국민적 저항','국민의 힘'이란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도 며칠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폭로로 여야가 극한으로 가고 있다.반면에 이 비자금사건으로 인해 파국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있다"고 보고했을 정도로파국의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들 네사람의 언급은 정국상황이 심상치 않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비자금정국은 이전과는 양상이 전혀 판이하다. 첫째로 여당이 공격하고 야당이 방어하고 있는 형태이고, 두번째는 제1,2당인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사활을 건 극한 대결을 펼치고 있고 세번째는 국민지지율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대중총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총재는 호남지역의 강력한 응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세가지 사안은 하나하나가 정국을 혼란으로 몰고 올 중대한 요인들이다. 정가에서는 호남지역의 기류에 매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이 무차별 폭로공격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공격자료들이다소 신빙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지금 신한국당의 전투의지는 매우 결연하다. 오죽했으면 경제계를 걱정해야 할 여당이 DJ에게 자금을 제공한 기업명단을 공개했을까.이는 여권의 의지를 잘 웅변해주고 있다.

이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게 여당의 상대가 국민회의라는 점이다. 국민회의도 만만한상대는 아니며 호남지역을 등에 업고 있다. 사태진전에 따라 지역감정이 첨예한 형태로 표출될수 있다. 상황은 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을 건드리는 쪽으로 내몰 수 있다. 국민회의는 정국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릴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 문제는 국민회의 일각에서 이미 김총재의대선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하는 일은 상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특히 앞으로 여론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만약 김총재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당선안정권에서 다소멀어질 때 국민회의측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김총재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고 대선승리의 승산이 보이면 국민회의의 대응이 예상보다 약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누가 득을 볼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향후 정국의 최대 분수령은 일단 검찰의 수사착수 여부다. 검찰수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수사진행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정국이 끝내 파국으로 갈지, 아니면 대선구도의 기저는 유지되면서 혼탁한 선거양상으로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신한국당은 여전히 추가공격을 호언하고 있다. 정가는 향후 신한국당의 공격 방향과 국민회의 대응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지만 어쨌든 40년 3김정치와 지역대결의 존폐 막바지에서 사회전체가 엄청난 진통을 겪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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