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오페라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구시립오페라단, 계명 오페라단, 영남대 오페라단이 '나비부인' '삼손과 데릴라' '아이다'를 잇따라 무대에 올려 성황을 이뤘다.
3개 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인 김원경(계명대 교수), 정광(영남대 교수), 김완준씨(대구예술대 교수)를 통해 대구 오페라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해본다.
-올해는 어느해보다 오페라 공연이 많았습니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의 2회 정기공연을 비롯해 계명오페라단과 영남대 오페라단이 각각 공연을 가졌습니다. 3~4일 공연동안 연일 객석을 가득채울만큼 관객동원도 성공했습니다.
▲김원경=계명 오페라단은 2년마다 한번씩 공연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1억5천만원의 예산을들여 제작했지요. 재정을 거의 학교에 의존하는 편이어서 어려움이 많지만 성공적인 관객동원은언제나 자신감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오페라를 사랑하는 순수 관객이라고는 보기 힘들지요. 개인적으로는 대구 오페라 관객은 1천명미만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출연진들이적극 나서 매표를 하기 때문에 가능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올해 4편이나 공연됐는데도 큰 성황을이룬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정광=영남대 오페라단의 경우는 5년마다 한번씩 공연하고 있는데 올해는 개교 50주년에 맞추어공연을 했기 때문에 동창회를 비롯, 거교적인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나흘공연분이 모두 매진됐는데 공연이 끝난 뒤 불과 40여일만에 열린 대구시립오페라단 공연도 성황을 이뤄 대구 오페라 관객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다소 싼 탓도 있겠지만 관객들이 재미있어하고 반응도 좋아 연습이나 제작과정의 어려움이 잊혀질 정도 입니다.
▲김완준=시립오페라단은 학교와 약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학교는 동창회나 학교의 전폭적인지원을 받고 학교 잔치나 축제형식으로 치러지는데 반해 시립은 관객동원에 있어 협조를 구할 때가 별로 없는 약점이 있지요. 그러나 공연때마다 관객이 몰려 대구오페라 관객의 폭넓은 저변을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토스카 공연때부터 초대권발매 없이 매표에만 의존해관객동원문제가 난제로 떠올랐는데 이후 3편 공연에서 모두 관객동원에 성공해 고정관객이 많이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구의 오페라 열기가 이렇게 높은 것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원경=오페라는 대구와 인연이 많습니다. 이점희 선생님이나 김금환 선생님등이 30년전부터대구에서 오페라 운동을 벌여 오늘날의 토대가 이뤄진 것입니다. 4~5개 음대에서 배출되는 성악가들의 자원도 풍부합니다.
-이러한 오페라 열기를 앞으로 어떻게 지속시켜 나가야 되겠습니까.
▲김원경=뚝심있고 고집센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과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대구를한국 오페라의 메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대구는 오페라를 무대에올릴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문예회관 대극장이나 시민회관 대강당 모두 오케스트라 비트가 좁고음향시설도 좋지않지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광=한 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데는 엄청난 인력과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계명대나 영남대는 제작진이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외국처럼이야 힘들겠지만 전문 제작진 양성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오케스트라 비트만 해도 너무 좁아 작품 선정에까지 어려움을줍니다.
▲김완준=타도시의 오페라 열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서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오페라는 사양길입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구의 열기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합니다. 오페라 전용극장이 건립되면 최소한 무대의 문제는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제작비의 경우 뜻있는 기업의 협조가 없으면 힘듭니다.
-조건의 열악함은 타지역과 마찬가지지만 각 오페라단간의 긴밀한 협조가 있으면 제작비가 덜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트나 의상 문제도 그렇고.
▲김원경=계명오페라단이 '삼손과 데릴라'를 공연할 때 세트 제작비만 3천6백만원이 들었습니다.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나면 다 부숴버립니다. 아마 타 오페라단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의상은 보관할 수 있지만 세트의 보관은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김완준=폐교를 활용한 세트 보관소 건립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세트 제작비는 완전히 소모비가 되는데 한 오페라단 공연후 타 오페라단에 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보관할 수 만 있다면 막대한 제작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김원경=보관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과 같은 토털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같은 레퍼토리를 언제하게될 지도 모르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손상이 많이 되기 때문에 의상은 몰라도 세트 재사용은사실 기대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세트제작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이해와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지만 착공예정인 오페라전용극장이 들어서면 그 안에서세트제작도 가능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정광='아이다' 공연후 '이집트 유물전'이 있어 공연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세트를 보관할 수없어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김원경 선생님 말씀처럼 전용극장내에서 기획.제작.공연이 일원화될수 있도록 체계화 시켜야 할 것입니다.
-'대구를 한국 오페라의 메카로 만들자'라는 김원경 교수님의 지적은 대구문화예술계의 위상을대외적으로 알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완준=시립으로서는 대구시의 지원이 절대적인데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내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소오페라 운동'이라고 지어봤는데 2회의 정기공연과 병행해 10~20일동안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방학기간중 무대에 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이 좌담회 기사를 보고 대폭 지원해 주면 좋겠습니다(웃음).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대구에서 세계 오페라 축제 같은 특색있는 행사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립과계명, 영남대 오페라단외에도 영남오페라단이 있어 조건은 충분합니다. 타지에서 한팀, 외국에서2~3팀만 초청할 수 있으면 국제 행사로 발돋움시킬 수 있습니다.
▲정광=오페라 축제는 충분히 특색있는 행사가 될 것입니다. 성악과 학생들은 오페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그들에게 발표무대 제공의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오페라 축제개최나 제작에 관한 제언들은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논의돼 결실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감사합니다.
〈사회.정리 鄭知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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