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아빠는 첫딸 낳았을때 굉장히 좋아하더라고. 날아갈것 같다 이러더니 둘째딸 낳았을땐애가 우째 쥐새끼같이 생겼나 이러더라고. 아들이라 믿었는데 딸이니까 믿어지지가 않아서…' '우리 시어머니, 병원에 안와요. 첫째 낳았을때는 니가 힘이 없어 닭으로 치자면 늙은 닭이다. 그래서 아들 못낳는다 이러시더라고…' '친정어머니는 첫딸부터 섭섭해 하셨거던요. 둘째는 더 심하고, 셋째는 아예 안볼라카고…'(여성과 현실연구회의 딸만 가진 대구지역 주부 대상 설문조사에서발췌)
100대 128이라는 전국 최고의 성비 불균형. 며느리나 딸의 출산을 둘러싼 일희일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역이 바로 대구이다. 아들 낳은 사람은 개선장군처럼 득의양양, 딸 낳은 사람은울거나 식음을 전폐하고….
그러나 딸 출산을 둘러싼 이런 광경이 최근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아들에 대해 '꼭 있어야 된다'에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하다'로 바뀌어 지고 있다.
산부인과 현장에서 요즘 두드러지는 현상은 신세대부부와 구세대인 부모세대(시부모, 친정부모)의딸아들을 둘러싼 인식차이. "신세대부부들은 첫아기가 딸이면 열이면 열 모두 기뻐합니다. 첫임신인데도 '딸을 낳고 싶다'고 희망하는 산모가 적지않아요. 딸 하나만 낳고 바로 나팔관을 묶어달라는 부부들도 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윤확씨(신세계병원장)는 "이전처럼 딸 낳았다고 우는 사람 보기힘들다"고 말했다.
첫애가 아들인 산모 대다수는 둘째아들을 낳았을때 싫은 표정을 짓는다. '아들 둘을 어떻게 키울꼬' 걱정하거나 '딸을 낳아 친구하려 했는데'하며 아쉬워한다. 부부중심주의 신세대부부중에선 딸하나만 달랑 낳고 단산수술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시부모나 친정부모들은 여전히 '아들은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남아선호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다. 생후 1주일된 딸의 비시지접종을 위해 병원에 온, 한국남성과 결혼한 일본여성 세야 가요코씨(35). "첫 애가 아들인데 시부모님들은 이번에도 아들을 원하셨어요"라면서 "우리부부는 둘다 딸이래도 상관없는데…"라고 말했다.
또한 남편들도 과거엔 아내가 딸 낳았다고 폭음을 하거나 병원에 오지 않는 예가 많았으나 요즘은 딸·아들 여부를 묻기보다 '산모가 괜찮으냐, 애기가 건강하냐'를 먼저 묻는다고. 아내의 출산시 아들딸에 대한 호불호를 표시하지 않는 것이 요즘 남편들의 덕목(?)으로 꼽힐 정도.한편 남편이 함께 분만장에 들어가 아내와 출산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것도 요즘 신세대부부의새로운 출산풍속도. 산부인과전문의 박경동씨(효성병원 원장)는 "20대, 또는 30대초반 부부중에서남편의 분만장출입을 예약하는 경우가 1주에 1쌍 정도씩 된다"고 말했다. "함께 땀을 뻘뻘 흘리고용을 쓰며 출산 장면을 지켜보지요.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에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고 아내를포옹해주는 남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또한 산모방의 출입을 금기시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출산 그날부터 남편의 친구들, 회사동료,산모의 친구부부 등이 꽃을 사들고 방문할만큼 의식이 개방되고 있다.
산부인과전문의 서영욱씨(신세계병원 명예원장)는 "지금 시부모세대들의 남아선호도 몇년후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면서 "여성들의 경제력 향상, 여권신장 등 사회분위기에 맞춰 성별 자체는 관심의 대상이 안될것"이라고 내다봤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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