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람이 자연을 만나는 경계선에서 문화(Culture)는 태어난다. 문화는 인간이 나무꼬챙이로 씨를뿌리던 농경시대에 생겨났고 어쩌면 재배라는 말과 동일시 돼왔다. 식량을 자연속에서 얻듯 문화도 자연과의 만남에서 심어져야 한다. 그래서 자연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만날땐 사람답게 만날것을 요구해왔다. 절대로 문화와 식량을 핑계삼아 자연을 훼손치 말아야 한다. 경제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의 본질이 왜곡됐고 그 주변을 서성거리는 인간의 본성까지도 변질되고 말았다. 자연 근처에 있어야 할 문화가 정치와 경제의 숲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버렸다. 그것이 이 시대가안고있는 문화의 모순이 아닐까 싶다. 부산 사하구가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을숙도 갈대밭을 주민의 볼거리인 유채꽃밭 조성을 위해 갈아엎은 것도 자연과 문화의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 아닐까. 자연은 천연그대로의 자연이어야지 인공이 가미된 자연은 이미 자연이 아니다. 인간들의 이런 몰상식과 무식이 지구의 임종을 재촉하고 있다. 유엔의 환경감시기구인 월드 워치는 '새들의75%%가 지구에서 사라진다'는 검은 메시지를 띄운바 있다. 부산 사하구청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살아남는 25%%의 새들도 갈곳을 잃을 것같아 안타깝고 분하다. 자연이 심은 갈대보다 사람이 심은 유채꽃이 더 예쁘다는 천박한 발상에 치가 떨린다. 18세기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찬가가울려퍼질때 루소는 문명의 진보에 대한 회의와 비판의 목소리를 고독하게 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루소의 외침은 오늘 갈대숲을 파헤쳐 새들의 보금자리를 잃게한 사하구청 관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유채꽃밭보다 갈대숲이 더 아름다운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