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안전불감 대구지하철

대구지하철, 과연 안전한가. 거푸 개통이 미뤄지고있는 대구지하철 1호선이 잇달아 사고를 일으킨데대해 시의회에서 원인과 대책을 밝히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동안 중앙정치권에 짓눌려 모습조차 보이지않던 지방정치가 지하철사고를 계기로 되살아난듯 모처럼 활기를 보였다.그러나 시의원들의 '시민을 대변한 분노'에 대구시와 지하철건설본부는 "별 것 아니다"는 투로 일관해 과연 지하철이 안전할까 의구심을 갖게했다.

박정은(수성구)의원은 지난5일 1호선 중앙역에서의 전동차 탈선사고에 대한 사실여부와 은폐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구시 간부가 "대구시장이 행사관계로 16일 종일 본회의장에 참석하지 못하니 서면답변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사고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오후 참석한 문희갑 대구시장은 의원들이 사고은폐와 허위·지연보고를 비난하며 관련공무원의 문책을 요구하자 "사고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사고자체를 즉시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은것이 문제"라며 대구지하철의 안전을 장담했다.

이에앞서 노재헌(동구)의원의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누출사고에 대한 질문에도 무려 8명의 의원들이 보충질문을 하면서 대구시와 공사시공사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추궁했다. 의원들은 95년4월상인동 가스폭발참사가 엊그제인데 또다시 가스누출사고가, 그것도 같은 구간에서 발생한 데 대해 분노했다.

더구나 사고현장의 가스관 매설도면조차 제대로 없는데다 시공회사와 도시가스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있는데 대한 의원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누구를 어떻게 문책할것인지 몰아세웠다.

그러나 구본대 지하철건설본부장의 답변은 '앞으로 잘 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가스배관도면은 지하철건설본부 담당이 아니다. 관련부서와 관계자 입회하에 천공작업을 실시하겠다. 현장도면과 일치여부를 사전 확인하겠다. 공사시 가스감지기를 설치하고 공사를 시행하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불만이 가득찬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박병련 행정부시장이 다시 나섰다. 달성군의 가스배관등 지하시설물 도면문제는 대구시의 연차적 사업계획에 따라 98년도 사업으로 계획돼있다고 풀어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장을 나서는 의원들은 모두가 여전히 침침한 표정들이었다. 대구시의 태평스런 답변이면 대구지하철 안전은 누가 보장하나. 한꺼번에 2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를 벌써 잊었는가.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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