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일보 주최 대선후보 초청강연회는 이제까지 한 사람 씩을 불러내 벌이던 것과는 달리정해진 시간동안 5명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질문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치러졌다. 5명이 함께 참석했다는 형식면에서 달랐고 일문일답 과정에서 초보적이고 간접적이나마 후보자간 토론 내지 논쟁의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 것이었다. 이는 또 앞으로 있게 될 후보자간 토론회의 장점을 부각시킴으로써 TV토론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 파문과 관련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와 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설전은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두 후보는 비자금 파문의본질, 공개의 시점, 정보의 입수경위, 내용 등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이며 난타전을 벌였다.당사자인 김총재는 비자금 정국을'판을 깨는 정치'로 규정하고"참을 때까지는 참겠지만 나중에는대응하지 않겠는가. 이러면 선거판이 어려워진다"며"선거가 없어지는 상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는 이어"여당은 지지율 하락의 초조감에서 무책임한 폭로정치로 경제를 빈사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총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총재는 먼저 강연에서"정치비리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엄정히 처리돼야 한다"며"관행이라고 해도 정상참작의 대상일 뿐무죄의 근거는 아니다"며"이미지 실추라는 감점을 감수하고 구정치를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비록 떳떳하지는 못하지만 과거에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관행이있었다"며 "그러나 조건있는 돈은 받지 않았으며 개인적으로 은닉한 것은 없다"고 수수관행을 강조했다. 이총재는"과연 조건없이 기업들이 힘들여 번 돈을 갖다 주었겠느냐"며 김총재의 주장을정면으로 맞받았다. 이총재는 또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이번 만큼 자료가 제시되고 사실이 드러나면 법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공방의 제3자들인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 가칭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후보는 양비론적 시각을 보이면서도 두 사람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총재는 "의혹이 남았다면 객관적 입장에서 의문을 풀어야 한다"며"검찰이 수사를 하든지 국회국정조사를 하든지 공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총재는 "과거 정치문화의 진상을 제대로알릴 필요가 있다"며 진상규명에 더 무게를 두고 "깨끗하고 도덕성있는 정치인들에 의해 정치판이 새로 짜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보는 "부패하고 구악에 찌든 정치판을 타파해야 한다"며추악한 정치공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보는 그러나 "검찰의 칼로 봄을 겨울로 바꾸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며 검찰수사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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