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주가폭락 무력한 정부

유례없는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17일 김인호(金仁浩)청와대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수석회의에서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증시대책을 보고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견해를 밝혔다.이날 김수석이 다소 장황한 원인설명과 함께 피력한 대책은 '앞으로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해결하는 조치는 강구하되 단순히 증시부양을 위한 부양책에는 역점을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그동안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처방은 다 내놓은 셈이라 더이상 뾰쪽한 처방은없다는 얘기다.

김수석은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단기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 경향이 대부분인 우리의 취약한 여건을 지적했다. 또 시중 자금난과 기아사태 이후 대기업의 연쇄부도,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매도 등으로 비롯된 극심한 투자심리 위축을 꼽았다.

이어 김수석은 정부는 이미 지난 13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주식액면가 자유화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지 않은 국가 투자자에 대한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등 획기적 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같은 조치는 앞으로 주가 안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며 장기적 전망은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수석의 대응방안 설명에는 알맹이가 빠진듯 아무래도 핵심을 비켜나고 있다는 생각을지울 수 없다. 증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원인은 김수석의 분석이 아니라도 자명한 일이 아닌가.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수석을 비롯한 경제관료들이"떨어질만큼 떨어졌고, 떨어졌으면 반드시오른다"며 '낙관론'을 펼 게 아니라 보다 절박한 심정이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이 판국에 그렇게느긋할 수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한국의 기업형태나 재무구조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세로 전환하는 사태에도 손을 놓고 있어야 하나, 시장원리를 중시한다며 주식배당을 않는 정책을 고수하는게 과연 능사인가 등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김수석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다. 질문에 떠밀려서 겨우"장기투자시 인센티브를 주고 배당예고제를 도입하는 등 현행 주식배당 제도를 전면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힌 김수석의 목소리에는 벌써 맥이 빠져 있다.

올들어 이미 28개 상장사의 부도, 비자금 폭로 등 진흙탕 싸움으로 날을 새는 정치권, 난마처럼얽힌 정국에도 끝없이 침묵하고 있는 김대통령의 행보까지 한꺼번에 오버랩되면서 임기말 너무도무력한 정부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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