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금융권 휘청휘청

17일 지역 ㄷ은행 자금부. 급박한 전화벨이 울렸다.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 주력기업자금담당자였다. 금리를 따지지 않을테니 자금을 빌려달라는 전화였다. 그는 최고 22%%의 이자를 쳐 줄 용의도 있다는 제의까지 했다.

그러나 이 은행 자금부 간부 ㅂ씨의 대답은 "노"였다. "지금 은행으로선 자금의 수익률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여신 운용의 안정성이 문제지요"

ㅂ씨는 "재계 서열 5위 안에 드는 그룹의 주력회사가 아니고는 솔직히 어떤 기업의 대출 요구도겁이 난다"고 털어놓는다.

부도 도미노 현상에 극심한 자금난, 주가 6백선 붕괴등 금융시장의 신용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있다. 지역 금융시장도 덩달아 휘청대고있다.

시장금리 상승을 막기위해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이후 총통화(M2)를 20%%씩 푸는 바람에 통화량은 느는 추세지만 이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뿐 기업에게는 풀리지 않는 동맥경화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4월 단기자금의 주요지표로 9%%에 머물렀던 CD금리가 한보 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으로 현재 14%%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나마 구할수도 없다.

지역 사채시장도 거래 자체가 거의 끊겼다. 이제는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어딘지도 묻지 않는 분위기다. 꽤 인기있던 기업의 어음이라도 지금은 3부 이자 조건으로 사채시장에서 현금화가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있다.

기업의 잇단 부도여파로 지역금융권의 부실여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있다. 도산이나 부도유예.법정관리.화의신청 유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지역 양대 은행과 3개 종금사, 2개 리스사 등 7개지역금융기관의 총여신 규모는 1조원에 근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들 여신이 전액 부실로 이어지는것은 아니지만 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담보 부족으로 여신회수가 의문시되는 순손실액 추정치도 몇천억원에 이를것으로 추정되면서 하반기 결산을 앞둔 지역금융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주식 시장 폭락으로 지역 금융기관이 입을 주식평가손도 만만치 않다. 주식평가손이란 특정 금융기관이 자금운용 차원에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가 떨어졌을 경우 입을 손해를 말한다. 금융기관마다 주식평가손 규모를 밝히기를 꺼리지만 지난해 12월말 6백90선에 이르던 종합주가가 현재 1백 포인트나 떨어진만큼 손실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짐작키 어렵지 않다.한편 금융계는 지금같은 신용공황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려면 기업부채의 상환동결, 금융기관의예수금 인출제한,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등을 행할수 있는 정부의 긴급재정명령권발동을 고려할 시기가 되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관계자는 "종전과 같은 안이한 대처로는 벼랑끝에선 한국경제를 구출할수 없을것"이라고 지적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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