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시종 장편소설 '재벌본색'

"기업의 흥망과정 파헤쳐" 연일 신문지상은 부도터널앞에 선 재벌의 근황을 알리는 기사로 만원이다. 작금의 국내 정치경제적 위기상황과 맞물려 기업의 흥망성쇠를 그린 소설이 출간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한 재벌의 창업에서 몰락까지 과정을 풍부한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예리하게 파헤친 백시종씨의 장편소설 '재벌본색'(문학수첩사.전3권).

흔히 기업소설로 불리는 '재벌본색'은 월남전 이후 동남아,중동 건설현장을 주무대로 사업확장을위한 재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전쟁을 둘러싸고 인간군상들이 벌이는 야망과 음모,파국을스피디한 스토리전개로 그려내고 있다.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노동현장을 지키는 근로자중심의 노동소설과는 달리 오너를 축으로한 고위간부.중간관리자등 재벌조직의 기업윤리와 국가경제와의 상관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이 소설의 특징. 걸쭉한 입담과 풍자,치밀한 구성,세부 묘사의 진실성등 시종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재미다.

하지만 이같은 흥미차원을 넘어 70년말 기업에 몸담았던 체험에 기초해 작가는 재벌의 어두운 이면을 소설공간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작가 백씨는 "재벌이 어떤 경로로 탄생했고 급조된 재벌이어떤 흥망성쇠의 길을 걸었는지 이 작품에서 탐색해 보았다"며 "편법과 부도덕으로 유지돼온 기업의 폐해와 오늘날 재벌이 맞고 있는 위기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폈다"고 밝혔다."그동안 기업을 소재로한 작품의 경우 순수,비순수를 가르는 문단의 이분법적 사고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비록 픽션이지만 "기업 조직체에 대한 작가들의 몰이해에 따른 리얼리티의 결핍이기업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유보시킨 한 이유"라는게 그의 풀이다.

이같은 기업문학의 현주소에 대한 깊이있는 인식을 바탕으로 작가 백씨는 그동안 '돈황제' '대물'등 일련의 기업소설을 발표,한국기업사의 소설적 재구성이라는 의미부여와 함께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한국기업문학연구원 운영을 통해 기업문학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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