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뉴스메이커-아세안

지난 16일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페탈링 자야에서 열린 제29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아세안이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지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장담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최근 폭락세를 거듭한 동남아 통화 위기에 대한 투자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된게 사실이다. 그동안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등 아세안 통화 가치의급락사태는 국제외환시장의 최대 이슈로 주요 일간지들의 경제면을 장식했다.

특히 '아세안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의 거듭된 대서방 비판발언은 통화 폭락사태를 더욱 부채질하며 서방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동남아 통화위기의 주범으로 미국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를 지목, '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외환시장 규제정책 도입 등강성 발언을 계속하다가 다른 아세안국가들로부터 "제발 입 좀 다물라"는 불평까지 들었다.'하나의 동남아시아' 실현으로 21세기 미국 일본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등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는 아세안은 과연 현재의 시련을 극복하고 진정한 경제통합을 이루어낼수 있을 것인가.

지난 67년 8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등 5개국으로 출범한 이후 30년만에인구 5억명의 동남아 9개국 거대 경제연합으로 발돋움한 아세안의 경제공동체 형성을 향한 움직임은 분주하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아세안 사무국의 10월 행사일정표에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회의 등 각종 모임으로 빈공간이 없을 정도다.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아세안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정례 정상회의 대신 회의가 없는 해에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도 오는12월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돼 한국 중국 일본 정상들이 초청될 예정이다.

아세안의 가장 큰 목표는 인도차이나·말레이반도를 포괄하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를 창설,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 이를 위해 2003년까지 역내 공산품의 관세를 5%% 이하로 떨어뜨리고 2020년 역내 관세 완전면제와 자본 서비스의 자유이동을 실현하는 '비전 2020'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인도차이나·말레이반도를 종단하는 철도건설과 메콩강유역 개발에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안정을 위해 정치·안보 협력체제도 강화하고 있다.그러나 아세안의 통합에는 여러 장애요인이 산적해있다. 회원국을 하나로 묶는 실질적 수단이 별로 없어 결속력이 낮은데다 국가별 경제 격차가 커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정정불안도 아세안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올해 새로 가입하려던 캄보디아는 훈센 제2총리의 쿠데타문제로 일단 가입이 유보됐다.

강대국의 입김에서 벗어나 동남아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아세안이 과연 '아시아판 EU'로 강력한 경제블록을 형성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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