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믿음 충만한 웨딩마치

시간에 쫓기고 판에 박힌 예식장 결혼을 탈피, 사찰.성당.교회 등 믿음의 공간에서 웨딩마치를 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찰예식은 예전에는 재혼부부나 비밀스런 결혼을 하던 스타들이 즐겼으나 요즘은 개성파 신세대들에게 고즈넉한 예식 장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성당의 혼배성사나 관면혼배(신랑이나 신부 중한쪽이 비신자일 경우), 교회혼도 내실있고 차분한 백년해로의 첫출발 장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하객들을 초대하는데 난점이 있으므로 미리 알아서 치밀하게 준비해야함은 물론이다.

사찰 혼례는 불(佛) 법(法) 승(僧)에 귀의하는 삼귀의례로 시작, 신랑 신부의 고유문 낭독, 꽃공양,주례스님 법문, 사홍서원으로 끝난다. 곧 신랑신부가 하객들에게 답례하고 혼주 인사가 잇따른다.헌화라고도 하는 꽃공양은 전생의 석가모니와 마야부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선회선인과 구리선녀두 남녀가 만나 최초의 부처(제1부처)인 비바시불(佛) 앞에 나가 결혼을 약속하며 일곱송이 꽃을바치고, 먼훗날 부부로서 다시 태어나 성불하겠다는 원(願)을 세운데서 유래한다.그 원에 따라 석가모니와 마야부인은 결혼을 했고, 석가모니는 성불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출가하여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 부처가 되었다는 전생론에 따른다. 이때 꽃의 종류는 무엇이든지 관계없고 계절에 맞는 꽃이면 된다.

일곱송이 꽃공양이 끝나면, 신랑신부의 성혼서약에 이어 주례스님의 법문이 따른다. 통천사 태일스님은 주로 인연법에 따른 주례를 한다.

"길을 걷다가 소매끝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과거 무량겁의 좋은 인연이 모여서 천생연분을 맺게된다"는 태일스님은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 좋은 부부가 되라"고 당부한뒤 효(孝)를 강조한다. "충신 위인은 모두 효자집안에서 나는 법"이라는 스님은 "집안에 서광을 비출 좋은 인물은 효에서 비롯되느니만큼 서로 흉허물을 덮어주고 이해하며, 용서하고 아낄때 성스러운 가문으로 빛나게 된다"며 이웃에 친절하라는 말을 덧붙여 주례사를 마감한다.

성당에서는 교회법에 따라 신자끼리 하는 성사혼, 비신자인 배우자와 결혼하는 관면혼 두가지가행해진다. 혼배성사는 하느님께서 일찍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고, 그들의 사랑에 축복을 내려주시며,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말씀과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베푼 기적에서 유래한다.천주교회는 10세기까지 특별한 혼인예식을 만들지 않았고, 11세기 이후 교회혼인만을 합법적으로인정하기 시작했고, 16세기 트리엔트공의회에서는 세례 신자들은 반드시 혼배성사를 봐야한다고명시했다.

혼배성사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가나강좌를 이수하고, 혼인 전날 고백성사를 통해 새 삶을 살기위한 기도를 드려야한다. 성사혼에는 남녀 각 1사람의 증인이 필요하며, '당신을 아내(또는 남편)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도록 약속', 사제와 증인과 하느님의 백성이 모인 자리에서 밝히고, 혼배반지를 교환한다.반지는 말로써 표현한 혼인계약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반야월성당 박강수주임신부는 혼배성사때 "혼인은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만드셨기 때문에 신성하고, 또 영원히 헤어질 수 없다. 결혼생활 가운데 서로가 한없이 용서해주고 매일기도해 주어야 하며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구해야한다"는 요지의 강론(주례사)을 한다. 예전에는 성당 분위기가 거룩한 계산동 주교좌본당까지 찾아가서 성사혼을 올리는 이들도 많았으나 요즘은 보통 교적지 본당에서 혼배미사를 드린다.

개신교회에서는 주일날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교회결혼을 올릴 수 있다. 하객들이 자리잡으면신부는 아버지 또는 남자 친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들러리와 화동이 바로 신부의 뒤를 따라 입장하고 목사는 하객을 향해 결혼식의 시작을 선포한다. 이렇게 시작된 결혼식은 성경구절을 낭송하거나 축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진행되며, 신랑신부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당신과함께 할 것'을 굳게 맹세하고, 신랑신부는 서로 반지를 끼워준다.

영락교회에서 결혼한 이종택씨(가구디자이너)는 "성스럽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축가 연주 등필요한 프로그램을 넣어서 편안한 예식을 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들려준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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