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새재 생태계탐사-가을 곤충

"특유의 작은 몸체·긴다리 거미 활개"

가을이 짙어가면서 문경새재의 단풍도 서서히 물들고 있다.

이달초 배정덕박사(35)의 곤충조사팀은 가을 곤충을 채집하러 나섰다.

새재공원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과 때맞춰 소풍 나온 인근 5개교 학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조사팀은 학업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산을 감상하는 등산객들의 여유있는 표정을 뒤로 하고 2관문으로 향했다.

배박사가 곤충채를 휘두르는 손길에는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 채에 걸리는 곤충 수가 지난 여름에 비해 많이 적어졌기 때문일까.

여름철에는 각종 곤충이 우글거릴 정도로 많이 채집되었으나 가을로 접어들자 그 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많은 종류의 곤충이 생명을 다하고 산란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의외로 조사팀앞에 가장 많이 모습을 보인 것은 거미이다. 이곳의 거미는 몸체는 작은 대신 다리는 기형적일 정도로 길다. 산 속에서 살기 때문에 한가하게 거미줄을 치고 있어봐야 먹이가 잘걸리지 않아 다리 품을 열심히 팔아야 살아나갈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거미줄은 거미 몸 속에 액체 성분으로 있다 외부로 나오면서 공기와 반응, 줄처럼 된다. 다리의털과 가시는 먹이를 움켜쥐는 역할을 한다. 이 지역에는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는 거의 없다.대신 풀숲 사이와 나뭇가지 사이를 쉼없이 오르내리며 활동을 한다.

공포와 음모등 부정적인 면을 연상시키는 이 곤충은 다른 동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일본 북해도에서는 거미가 전염병균을 멧돼지에 옮기는 바람에 멧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례도 있다. 거미는 종류가 의외로 많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의류 곤충종의 하나인거미는 종류의 다양성으로 인해 따로 연구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도 거미연구소가 있어 거미를 연구하고 있다.

잠자리는 대표적인 가을 곤충이다. 잠자리는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시각적 과시를 하는특성이 있다. 물잠자리의 경우 수컷들이 자신들의 세력권을 얻기 위해 상대가 다가오지 못하도록끊임없이 날아다니며 위협을 한다. 세력권을 얻으려는 장소는 암컷이 알을 산란하는 장소인 양지바른 냇가의 수심이 얕은 곳. 이 곳에서 세력권을 확보한 물잠자리 수컷은 가슴과 배 부분의 금녹색빛을 햇빛에 반사시켜 암컷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게 된다.

잠자리는 유충기가 짧게는 6~7주에서 길게는 7~8년까지 걸리는 것도 있다. 번데기단계를 거치지않고 알-애벌레-성충의 3단계 불완전 변태를 한다. 벼의 해충을 퇴치하고 모기나 파리등을 잡아먹어 예로부터 유익한 곤충으로 간주돼 왔다. 번식을 마친 성충은 죽어서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며 한방에서는 강장제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는등 죽어서도 약이 되는 곤충이다. 전 세계적으로 5천종 정도의 잠자리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백10여종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귀뚜라미와 여치도 대표적인 가을 곤충들로 울음소리가 인상적이다. 일정한 선율을 띠면서 음색도 아름답다. 여름철부터 나타나는 여치의 경우 수컷이 울음을 우는데 앞날개 뒤에 있는 줄칼로앞날개 마찰편을 비비면서 찌이~찌이 소리를 낸다. 일종의 현악기처럼 울음을 연주(?)하면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소리의 방향까지 알게 된다. 곤충의 울음소리는 의사소통의 역할을 하게 되는셈이다.

박각시와 늦반딧불이 간혹 모습을 보인다. 박각시는 날개 길이 42~50mm로 몸과 날개 모두 암회색이고 가슴은 연한 갈색을 띠며 검정색의 세로줄이 있다. 늦반딧불은 몸 길이가 17mm이며 겹눈은 크고 앞가슴은 반타원형 형태로 돼 있다.

메뚜기도 여기저기에서 활개치고 있다. 메뚜기는 잠자리와 달리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으로 여겨져왔다. 예로부터 메뚜기들은 농작물을 먹이로 삼아 농사를 망쳐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인간과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었다. 삼국사기에도 메뚜기에 의한 대규모 피해가 기록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메뚜기는 박멸의 대상이 돼 왔으나 엄청난 번식력으로 종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손 번성의 상징으로 메뚜기 떼를 들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농약을많이 뿌리기 때문에 메뚜기의 서식처가 논밭에서 산야로 옮겨지고 있는 추세이다.여름철부터 보이는 바구미,노린재,매미충,집게벌레등도 여전히 보이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산란기를 맞았거나 이미 월동 준비에 들어가 모습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바구미는 도토리나 밤등 가을 작물에 산란관을 집어넣어 알을 낳는다.

날도래, 옆새우, 플라나리아등도 물속에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배박사는 가을 곤충이 서식하는 전형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며 눈에 띄는 새로운 곤충 종은 보이지 않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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