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대선후보 연쇄회동 배경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3일 여야 대선후보들과 잇달아 개별회담을 갖기로 결심한 것이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탈당요구 직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홍래(趙洪來)청와대정무수석은 이날"이번 회동은 탈당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국정전반에 대한 일상적인 행사로 그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이총재의 반발에 이어 곧바로 나온데다 참모들과의 충분한 숙의끝에 결정됐다기보다 점심시간에 갑자기 이뤄졌다는점에서 조수석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회담을 거듭 요청했고 김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선일정에들어 가기전 한번쯤 후보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그동안 시기와 방법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 아울러 그 시기는 다음달 중순께로 예정돼있는 김대통령의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이날 청와대의 전격적인 회담 추진은 김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이회창총재에 대한 대응차원이며 김대통령 특유의 정면돌파식 정국타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즉 신한국당 분당사태를 놓고 이총재와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신 이총재를여야 대선후보 5명중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격하, 자신의 위상을 지킨다는 것이다. 더욱이 첫 회동상대로 김대중총재를 선택한 것을 보면 이같은 의도는 분명한 것으로 풀이된다.또 대선의 공정한 관리자로서 중립적인 위치를 인식시킴으로써 당적이탈 문제와 후보 교체론을둘러싼 당내 갈등에서 발을 빼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함축돼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아울러 회담을 통해 대선구도 변화가능성을 타진해 본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같다. 다시 말해각 후보진영의 의중을 탐색,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최종선택에 대비한다는 계산이다.따라서 김대통령의 구체적인 행보는 이번 연쇄회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김대통령이 회담일정을 마친 뒤 자신의 입장을 정리,신한국당을 떠나는 결정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회창후보로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최종판단할 경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탈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결국 김대통령은 대선후보들과 연쇄회담을 가지면서 대선구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시간을 벌고 각계 원로들과도 만나 폭넓게 의견을 수렴한 뒤 대선중립을 공식 선언하는 등 일련의 후속조치를 취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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