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원시설 대수난

걸어두면 없어지는 휴지와 세면대의 비누. 취객들이 부숴놓은 화장실 문에다 남아나지 않는 수도꼭지. 휘청거리는 시민의식속에 애써 가꾼 공원시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3일 문을 연 경상감영공원 관리사무소는 개장 1주일만에 화장실에 걸어두었던 수건을 없애고 휴지를 대신 비치했다. 새것만 갖다놓으면 없어지는 통에 수건값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기때문.

관리사무소는 또 세면대에 비누만 갖다놓으면 없어져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생각해냈다. 들고갈 수 없도록 액체비누를 가져다 놓은 것. 하지만 액체비누통마저 언제 떼어갈지 몰라 불안하기는 매 한가지다.

휴일이면 2만 가까운 시민들이 찾아오는 두류공원. 자고 나면 깨지는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장난삼아 깨뜨리는 가로등… 수리비만 한 해 1천만~2천만원이 들어간다. 나무로 된 화장실 문도 성한날이 없다. 구멍 난 문짝, 부서진 문고리. 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날마다 '범인'과의 숨바꼭질을벌여야만 한다.

두류공원관리사무소 직원 정길영씨(39)는 "화장실의 백열전구를 빼가고 전기스위치를 부수는 것은 오래된 얘기지만 지금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며 "어떤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 누구도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산공원 관리사무소는 5년간의 인내끝에 최근 화장실 휴지도둑을 없앴다. 갖다 놓으면 들고 가는 휴지. 더욱이 휴지걸이까지 통째로 없어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공원관리사무소는 휴지값이 얼마가 들어가든 끝까지 갖다놓았고 최근에야 참고 기다린 보람을 찾았다.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잡으러 다녀야 만 질서를 지키는 뒤처진 시민의식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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