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통-선진국 현장을 가다 (일본)

"(1)-소비자 대반란…제품값 낮췄다"

지역유통업계는 백화점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에서 할인점 등 신업태의 출현으로 과도기적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획일화된 소비패턴도 소비자들의 개성 가계규모 가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 유통업체들의 발전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70.80년대를 거쳐 엄청난 양.질적 팽창을 가져온 일본 구미 선진 유통업계를 현지심층취재 보도함으로써 선진유통으로의 첫발을 내디딘 지역유통의 발전방향을가늠해본다.

96년 유통시장개방이후 국내유통전문가들은 국내상륙 1호로 일본을 점쳤다.

그러나 일본은 시험무대로 동남아시장을 먼저 두드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국내유통업의모델이 일본임을 감안할때 일본의 국내진출은 적잖은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일본 유통흐름을 철저히 분석, 대비가 필요할 때다.

80년대까지 일본은 폐쇄적인 유통구조를 고집했다.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철저히 지켰다.

유통업체보다 몸집이 컸던 제조업체들은 힘의 우위를 확보, △대리점제도 △반품제도 △소비자권장가격 등을 통해 유통단계를 철저히 통제했다.

제조업체들은 자신의 유통경로인 대리점을 통해 상품을 유통시켰으며 유통지배권을 장악, 소비자권장가격을 정해 모든 소매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해왔다.

반면에 소매점의 재고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파손된 제품이나 잘 팔리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반품할 수있는 응분의 대가도 줬다.

유통보다 제조업의 성장이 빨랐던 우리의 유통구조도 일본의 그것을 본뜬 것이라해도 무방하다.이러한 일본의 유통단계 원칙론은 유통경로마다 부가가치를 창출해 골고루 이익을 가져와 일본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신세계백화점 도쿄지사 정성원 과장은 철저한 유통단계로 소비자가격이 다소 높아지기도 했지만 우리처럼 두배 세배 이익을 챙기지않고 경로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이때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의 설득력을 얻어왔다 고 말했다.

실제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1만엔으로 했을경우 도매상은 가격의 70%%인 7천엔, 소매상에게는 80%%인 8천엔의 표준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만약 도매상이든 소매점이든 유통구조를 왜곡 시킬 경우 유통경로에서 철저히 배제될 정도였다.그러나 일본의 폐쇄적인 유통구조도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80년대 후반부터 조심스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이 급속히 발전, 소매업태가 대중양판점(GMS).전문점.편의점.할인점 등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가격파괴에 의해 유통지배권이 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체로 넘어가는 2차유통혁명이 일어났다.변화의 기폭제는 소비자 반란 이 결정적이었다.

소비자들은 경기침체로 가계규모가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소비비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필수지출보다는 비용을 의식하는 선택지출을 선호했다. 물건값을 비교, 일률적인 가격을 제시하는소매점보다는 디스카운트스토어 카테고리킬러(전문점) 홈센터 등 저가지향의 신규 할인점으로 대거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또 시장개방으로 외국의 대형유통업체들의 차별화된 상품이 밀려오자 소비패턴이 가전 생활 의류등 의식주관련용품의 양적구매에서 레저 여가 가구 장식용품 등의 기호구매로 다변화됐다.2차유통혁명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기존 유통틀을 허물어버렸다.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대리점 위주의 유통경로를 수정, 대리점과 유통업체의 공급제품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또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체로 이동, 동일상품의 가격이 소매점마다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일본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홍보담당 이토 사가씨는 일본의 유통구조가 변혁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유의 유통단계를 허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가능한 한 유통단계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유통경로마다부가가치 창출을 인정하는 셈이다. 제조업체들은 어떻게하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유통업체들도 물류시설을 체계화하거나 인건비 등 제반비용을 최대로 줄여 최저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고 밝혔다.

유통단계를 파괴하면서까지 필요이상의 가격파괴에 열올리는 유통업체, 유통경로상의 지나친 폭리와 유통경로가 필요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하는 왜곡된 유통구조가 다반사인 우리로서는 일본의 유통구조를 눈여겨볼 만하다.

〈도쿄.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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