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일 정상회담

"오늘 시베리아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본총리간의 정상회담이 1~2일 양일간 유라시아대륙 중심부인 시베리아의 공업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열린다.이번 정상회담은 경제, 무역등 실질적인 협력분야와 함께 2차대전 이후 계속되어온 양국간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은 그동안 종전 50년이 넘도록 평화협정조차 체결하지 못한채 어색한 관계를 이어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소련이 강제 점령한 이후 오늘날까지 돌려주지않고있는 북방 4개 도서 문제.

일본은 영토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러시아에 대한 어떠한 경제지원이나 투자도 하지않겠다는입장을 유지해왔고 러시아는 이 문제의 논의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며 맞서왔다. 일본은 러시아가선진 7개국 정상회담(G7), 국제무역기구(WTO), 채무국 모임인 파리클럽등에 가입하려고 할때마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통에, 자연히 양국간 경제협력은 부진하기 짝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이번 회담은 양국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번거로운 의전을 최소화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사전 의제 없이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낚시와산책도 함께하고, 알몸으로 사우나도 같이하는 등의 일정을 잡아 양국 정상간의 인간적 신뢰를쌓는데에 이번 회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과 러시아가 영토문제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다가 최근 관계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은 해묵은 감정싸움에만 매달려 있다가 놓칠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이번 회담에서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공동개발 △시베리아 횡단 철도개발 문제 △아시아대륙횡단 가스파이프 건설 △군사교류 등 그동안 미루어왔던 양국간 협력문제가 빠짐없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중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과 대륙횡단 가스파이프 건설 등은 남·북한의 참여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번 러·일 회담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북방 4개 도서의 반환만을 노리며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러시아 지도자들의 뿌리깊은 대일본 불신감 때문에 일본의 '영토회복'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라는 동상이몽이 당장 관계개선으로 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