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慶州 남산-복원방안

"나뒹구는 유물·유적 본래모습 찾아줘야" 억새가 짙은 가을내음을 드리운 남산. 뭉클한 가슴속 아련한 상념이 일렁이는데 허리 잘리고 목날아간 석탑과 돌부처는 안타까운 몸뚱이로 가는 가을을 부여잡고 있다.

저 얼굴없는 부처님의 상호는 남산 어느 골 깊숙이 숨어 무심한 중생을 나무라고 계신 걸까. 속살같이 곱디고운 저 폐탑 석재는 하늘로 치솟던 옛적 위용을 어느 땅속에 감추고 있는 걸까.남산 골짜기마다 산 기슭마다 방치된 채 나뒹굴고 있는 숱한 유물들. 그중 한 유물이 늠비봉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포석정 부엉더미를 따라 1시간 가량을 올라 잡목을 헤치면 경주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늠비봉 정상. 그 곳에 탑재들이 어지러이 널려져있다. 무심타해도 어찌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조금만 신경을 기울였다면 정상부근과 기슭에 놓여진 부재만으로도 복원이가능했을 삼층석탑. 이 탑은 봉우리 바위를 하층기단으로 삼아 다시 북녘을 굽어볼 복원의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있다.

어디 이뿐인가. 삿갓골에 세 몸뚱이로 나눠져있는 석조여래입상. 광배일부와 양손이 없어진 상태이지만 전문가의 손을 거친다면 다시 천년전 광채를 빛낼 수 있는 특이한 불상이다. 용장골 언저리 모전석탑과 절골 약사여래좌상, 새갓골 여래좌상, 잠늠골 석탑, 국사골 중턱 석탑도 모두 복원이 가능한 유물들.

부끄럽게도 건국후 복원된 남산유적은 모두 4기뿐. 창림사터 삼층석탑과 탑골 신인사터삼층석탑,그리고 천룡사터 삼층석탑과 보리사 삼층석탑. 이중에서도 정부당국에 의해 복원된 탑은 2기뿐이고 천룡사터·보리사 석탑은 불교계의 자체노력과 재정으로 이뤄졌다.

유적·유물 복원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딱한 사정은 재원때문이다. 하지만 약간의 재정과 관심만으로도 복원과 복구가 가능한 절터등 유적 또한 적잖다.

무엇보다도 정부당국의 문화인식이 제고되지않는 한 유적복원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남산에 산재한 유적의 복원을 위해선 학술발굴이 선행되어야한다. 정부차원의 지표조사와 실측조사가 있긴했지만 전면적인 학술조사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슬픈 현실이다.

민간차원에서 실시됐던 천룡골 천룡사터 발굴조사에만도 6천여만원이 소요됐다. 또 탑복원에 1억5천여만원이 들었다. 발굴조사에는 늘 돈타령만 하고 팔짱을 끼고있었던 문화재당국에 비하면 비록 간이조사에 그쳤지만 민간차원의 발굴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 할만했다.용장사와 함께 남산에서 가장 웅장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던 천룡사는 복원이 가능하다. 물론 정밀한 학술조사와 전문가의 고증이 앞으로 과제로 남고있지만 고위산 암벽을 배경으로한 드넓은고원에 다시 천룡사가 들어설 수만 있다면 남산은 보다 살진 정취를 지닐수 있을게다.봉우리마다 탑이 치솟고 골짜기마다 절들이 들어앉아 염불소리 끊이지 않았던 남산. 남산을 살아있는 신화로 만들기위해선 숨을 멈춘 유적과 유물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길뿐이다. 폐허더미에 버려진 남산의 돌부처·탑·절터들이 어둠의 세월을 딛고 다시 제 빛을 발할때 남산은 비로소 부활을 노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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