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나라를 물려주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 신한국당 당사 벽에 내걸린 초대형 걸개 홍보판에 씌어진 캐치 프 레이즈다.
구호밑에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듯한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간판만 보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멋진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멋있는 정당, 믿음과 꿈을 심어주는 비전있는 정당이라는 인상을 주고도 남을만큼 잘 치장된 광고판이다. 그러나 그 간판 밑을 지나치면서 왠지 최근 정치권에 여기저기 나도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구호판을 또하나 보 는듯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음은 필자의 느낌만이 아닐것 같다.
지금 대선 정치판을 휘젓고 있는 정당들은 과연 우리의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나라를 물려줄수 있는 정당들일까. 어느 누구도 그럴것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식, 그리고 분열과 술수에 의한 정치를 하고 있어서라 본다. 불과 두어달 사이 여당내의 경선때부터 나온 합종연횡이란 용어를 시작으로 이합집산 연합, 연대, 탈당, 반연대, 입당등 깨지고 갈라지고 다시 조각조각 이어 붙이는 분열의 이미지를 담은 용어들 만 난비해온것이 정치권의 실상이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권 스스로도 마치 한니발 군대의 횃불소떼를 보는듯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체를 가늠해 볼수 있는 시선의 초점마저 잃어버릴 지경이 돼 있다. 끝없는 이합집산의 줄서기가 언제 다 끝이 날지는, 아메바처럼 자고나 면 떨어져나가는 분열앞에 예측조차도 불가능한 상태다.
예측할수 없으니까 곧 나쁜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판에서 항상 예측이 가능하고 번번이 예 측대로 돼야 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닐수도 있고 분열과 집합 그 자체가 정치일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자신과 자신의 정당을 짓밟고 탄압했던 어제의 적을 오늘의 새로운 적을 치기위해 끌어넣 는 염치 안차리는 분열과 집합은 언제든지 새로운 적이 사라질때 또다른 분열과 집합을 일으키게 돼있다.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이해로 묶어진 집합은 분열을 거듭하게 된다. 3김끼리만 해도 분열과 집합 을 몇번 반복했던가를 돌아보라. 그결과 과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있는가를 눈뜨고 보자. 대통 령과 총리를 반반씩 나눠먹자는 집합을 야합 아닌 대변합이라고 우기는 양두구육식의 가식의 정 치도 정말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일과는 한참 거리가 먼 정치다.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면서 뒤 로는 더많은 떡값을 챙길수 있게 만든 가식 또한 양두구육의 잇속노름일뿐 좋은 나라와는 상관없 는 정치다.
그러나 야합시비가 있든말든 오늘 DJP는 한배에 모여타고 기세좋게 출항했고 후원금은 꿰인 곶 감처럼 들어오게 되고 끝났다. 여론과 국민정서는 철저히 무시당한채 정말 정치인만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꼴이 됐다.
또 있다. 술수에 의한 정치, 이른바 파일게임(file game)이다. 정책과 정치력의 대결이 아닌 약점 확보와 비리가 담긴 파일의 싸움, DJ비자금파일, YS대선자금파일, 이회창파일, 이인제파일, 엄삼 탁파일, 김윤환파일, 김선홍파일, 언론에 오르내린 파일 이름만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분열과 집합의 세력 다툼일수록 보이지않는 힘을 발휘하는 파일의 파괴력과 방어력이야말로 어떤 정치역량이나 조직, 자금보다도 강하다. '김윤환 파일은 YS파일로 막고 DJ파일은 엄삼탁 파일로 대응하고 기아의 김선홍파일은 맞받아칠 파일이 없으니까 맥없이 물러날수 밖에 없고…'언론계에 나돈 파일게임 얘기들이다 .
분열의 정치, 가식의 정치, 배신이 전제돼야 가능한 파일게임의 정치가 기살아있는 한 '복덕방 시 험'에 12만명이 몰리는 속빈 강정 같은 나라는 물려줄지 몰라도 정말 좋은 나라는 물려줄 수 없 다. 내분으로 깨지고 있는 신한국당은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선전간판부터 걷어 내려라. 대선 못 잖게 우리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정직을 가르치는 일 또한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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