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4자회담과 北·美의 속내

북한의 트집으로 꼬이기만 하던 4자회담이 실마리가 잡혀 본회담 개최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한·미양측이 실무접촉을 통해 제의한 4자회담 단일의제안에 북측이 동의해 옴으로써 3차 예비회담은 21일 뉴욕에서 개최키로 합의했으며 본회담은 12월 셋째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가능성이높아졌다.

지난 9월에 열린 2차 예비회담에서는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합의를 이뤘지만 의제가 걸림돌이었다. 북한측은 '주한미군철수문제'와 '북·미간 평화협정문제'를 제시했으나 한·미양측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와 관련되는 문제'라는 포괄적 의제를 제시하여 서로 합의점을찾지 못한채 3차예비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말았다.

이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마크 민튼 미국무부 한국과장간에 이뤄진 이번 접촉에서북측이 의제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보였기 때문에 3차예비회담개최가 가능했지만 북측이 자기주장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본 회담에 임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이 의제에 더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융통성을 보인것은 궁극적으로 심각한 식량난과 누적돼가는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선4자회담이 아니고선 다른 길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금년 농사도 순조롭지 않아내년에도 약 2백6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 그런데 한·미·중·일등 모든 주변국이 원하는 4자회담이 성사되지 않고는 식량확보는 물론 대미·대일관계 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이 4자회담에 한발짝 다가선 것은 미국의 압력과 회유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같다. 미국이 4자회담의 12월개최에 집착하는 것은 한국의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뀌면 혹시 제기될지 모르는 '4자회담 무용론'을 미리 막기위해 북측을 설득하고 한국측엔 이해를 구하는 양면작전으로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것같다.

미국측은 미국을 소외시키는 남북대화의 활성화를 크게 원하지 않고있으며 한반도내에서 미국역할이 감소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편 북한도 내년에 들어서는 새정부가 4자회담에 매력을 못느끼거나 대북 식량지원을 마다했을 경우를 감안하여 못이기는 척하며 4자회담에 응했을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국제정세는 동구공산권의 붕괴이후 강대국들의 동북아지역 세력재분할이 이뤄지고 있는 아주 중대한 시점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논의되는 4자회담도 세력다툼의 각축장이 될공산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니 만큼 임기말 정권이지만 정부는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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