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이념에따라 '깔끔하게' 구획되던 냉전시대의 세계경제지도가 오륜기 정도였다면 현재는 전자제품의 어지러운 회로도에 비유될수 있을만큼 복잡해진 것이 바로 그 증거.
구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급속히 재편되기 시작한 경제블록은 WTO출범이후 지역.종교는 물론빈부.언어문화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매개로한 합종연횡이 노골화되면서 어느 나라가 어떤 블록에 속하는지를 쉽게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얽혀 버렸다.
'보이지 않는 국경' 경제블록은 90년대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WTO 1백32개회원국의 대부분이 다양한 복수의 지역별무역협정에 가입, WTO에 접수된 지역자유무역 관련협정만해도 93년 1백여개에서 97년 현재 1백40여개로 늘어났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남미공동시장(MERCOSUR),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안데안공동시장(ANCOM), 중미공동시장(CACM), 카리브해공동시장(CARICOM) 등 귀에 익은 경제블록 이외에도 회교 8국 회의 'D-8',최빈국 7개국회의 'P-7', 중남미 21개국과 스페인.포루투갈등 이베리아반도 국가들간의 협의체 '이베리아-아메리카 정상회담',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국가들의 'ACP' 등 생소한 후발 협의체들이 잇따라 등장, 새로운 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이러한 통합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지난 달 27일 영연방 54개국이 자유무역지대화 등을 천명한 에딘버러 선언을 발표하자 이에 뒤질세라 이번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49개 국가 및 지역 불어권정상들이 지난 14일 베트남에 모여미국의 세계주도권 독주에 대항, 경제 문화적결속을 강화하기위한 국제기구화 추진에 합의했다.불어사용국그룹에는 불어사용인구가 1%%밖에 안되는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 여러나라 등이가입해 있으며 폴란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도 가입을 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아프리카 가봉에서 열린 ACP의 첫 정상회담은 각 국의 '겹치기출연'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단결기구(OAU).중부아프리카경제공동체(ECCAS).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카리브해에는 카리브해 공동시장(CARICOM) 등기존의 블록이 있지만 아프리카, 카리브해 국가의 상당수가 별도의 경제협의체에 가입한 것이다.또한 지난 8일 제7차 정상회담을 가진 이베로-아메리카정상회담의 회원국들 역시 스페인.포루투갈은 유럽연합에, 중남미 21개국은 남미공동시장.카리브해공동시장.안데안공동시장등에 가입돼 있다.
지난 6월 창설이 합의된 회교 8개국의 경제협력기구 'D-8'의 회원국들중 터키.이란.파키스탄은 이슬람경제협력기구인 ECO에도 속해 있다. 이집트는 'D-8'과는 별도로 시리아, 걸프협력회의(GCC)와 함께 '아랍공동시장'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거대 경제블록인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지대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연합이 남미공동시장, 아프리카, 아세안등과의 경제협력에 손을 뻗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한 북미자유무역지대 역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자유무역지대화와 함께 중남미 모두를 아우르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출범을 야심차게 추진하는등 각축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WTO는 갈수록 과열돼 가는 지역경제블록 창설.연계 추세와 관련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질서'를가로막는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하는지를 감시하는 위원회를 지난해 2월 설치, 현재 44개 지역협정에대한 심사를 계속하고 있다. 각국의 경제블록 중복가입은 향후 지역그룹의 확대를 통해 지구촌이 단일경제권으로 묶인다는 낙관론과 결국 강대국들의 경제블록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과정일뿐이라는 비관론을 교차시키고 있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별몸부림이란 점은 분명하다.
〈金大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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