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교통규제심의위에 바란다

교통시설의 설치-운영 이분화가 예산조직인 시 및 집행조직인 경찰 모두로 하여금 극히 소극적피동적 태도를 갖게 만들고 있다. 의무와 책임소재를 상실케 해'사업은 있으나 책임은 누구에게도없는'기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또 양분화는 불필요한 대립과 알력을 유발, 결국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보게 만들었다. 지난 94년부터 교통규제 및 해제 사항 심의를 위해 경찰청이 운영하는 교통규제심의위원회가 대표적 본보기다.

◈한차례 회의로 99건 결정

심의사항은 횡단보도 및 교통신호기의 신설 또는 이설, 일방통행로-가변차로 지정, 좌회전-U턴허용 등이다. 개별 사안으로 보면 작을 수도 있으나 한 지점의 교통상황 변화는 도시 일부분 또는 전체의 교통상황 변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결코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대구경찰청 산하의 교통규제심의위원회는 교통과장을 비롯, 대구시와 관련기관 직원, 전문가2명, 일반인 2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 교통운영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리는 의결기관이지만 전문가가 극히 부족한 구성형태인 것이다. 때문에 전문적-기술적 면보다는 민원에 쫓겨 결정되기 쉽도록 돼 있다.

운영 실적을 살펴보면 정책 결정에 오류를 범할 위험성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올해 경우 지금까지 위원회는 8회 소집됐으며 이달초 열린 8차 위원회에서는 무려 99건을 몇시간만에 결정했다.게다가 안건 상정 때 상세한 교통량 조사 및 분석이 미흡해 객관적인 결정은 당초부터 기대하기어렵도록 돼 있다.

◈시민외면… 상인들 민원우선

8차위원회의 중앙로 승용차 진입 허용 결정은 이같은 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다. 결정 후인 지난14일 시민 5백38명, 상가주인 4백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시민의 89%%가 승용차진입에 반대한데 비해 중앙로 주변상인은 91%%가 찬성했다. 특이하게도 중앙로 이외 지역 상인들의 찬성도 37%%에 그쳤다. 이렇게 볼 때 위원회의 결정은 대다수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 소수인 주변 상인들의 민원에 끌려갔다는 비판을 낳게 한다.

위원회가 진입 허용의 근거로 내놓은 인접도로 혼잡 완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중앙로 승용차통과 허용으로 도심 교통이 개선된다는 것은 단순한 산술계산일 뿐이다. 도심은 빠져 나갈 돌파구만 있으면 끊임없이 차량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결국 중앙로만 혼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부를 것이다. 이로 인한 보행권 위축은 중앙로 주변상인들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낳을 수 있다.교통규제 심의위원회 의결은 시민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유발한다. 위원회의 오류를 막고 기능을제고하기 위해서는 위원 구성이나 운영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

◈위원의 전문화 필수

우선 심의위원의 전문화가 필수적이다. 또 상정된 안건의 수를 축소시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충분한 현장자료와 분석 내용이 첨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의 충분한 예산 및 전문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비용 부담기관인 자치단체에 관련업무를 일원화시켜 적극적이고 책임 소재가 분명한 업무추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교통운영업무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공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면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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