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치인들의 줄서기

요즘 지역정치인들의 무더기 한나라당입당이 시중의 화제다. 불과 열흘전부터 거의 매일 몇명꼴로 입당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3명, 시도의원 26명, 구청장 1명 재야정치인 10여명등이 한나라당을 택했다.

며칠전부터는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과 몇몇 무소속 구청장의 입당예정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러다간 "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여기에는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후보가 사실상 독주를 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지를 받는 정당을 택하면 향후 입지가 쉬워질 것이라는 정치인들의 재빠른 현실 감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두고 씁쓸해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굳이 현실 정치판에서 의리나 지조같은 미덕을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하루아침에 표변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이회창후보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다 '깨끗하고 정직한 후보'로 칭송하며 입당을 했고, 또다른 정치인은 '의리의 사나이'로 자처하다 시지부장자리도 내던지고 제일 먼저 탈당을 했다. 한 정치인은 입당후 지구당위원장을 맡기 위해 로비에 열중하는등염불보다 잿밥에만 신경을 쓰는듯 했다.

상당수 정치인들은 안개속 대선정국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제일 유리한 곳에 둥지를 트는모습을 보여줬다. 그 누구 하나 정책이나 신념에 따라 자신의 입지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류에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시민들이 우리 정치인들에게 높은 인격과 품위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좀더 상식적인 모습으로, 좀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 자리를 찾아줬으면 하는게 최소한의 바람일 것이다.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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