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당 경제국회 전략

대선을 불과 17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이 경제국회 소집에 전격합의한 것은 선거운동에만 전념할 만큼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3당의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핵심 쟁점인 금융실명제 보완문제와 금융개혁법안 처리 등 6개항을 집중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IMF와의 자금지원 협상이 타결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경제현안 처리를 대선이후로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다. 경제위기 상황은 이처럼 각 당의 대선전략의 기저까지 뒤흔들고 있다. 경제문제가 대선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됨에 따라 각 대선후보들은 예정된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취소하고 경제살리기 캠페인에 나서는 등 선거전략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있다.각당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IMF의 자금지원 조건 등 경제현안을 다루기 위해서라도 국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데에는 쉽게 합의하면서도 금융실명제 등 핵심쟁점 처리에는 적지 않은 견해차를 보여 진통을 예고했다. 그러나 핵심쟁점에 대한 각 당의 입장부터 조율하고 나서 국회를 열기로 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않은 시점에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국회를 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경제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위기관리능력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으로 국회소집에 나서고 있다. 이후보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가 열리는 동안의 선거운동 중지 등을 제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선 금융실명제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긴급명령을 폐지하고 이를 조세관련법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물론 형식상으로는'보완'이지만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에 반대하고 무기명장기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사실상 실명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또 금융개혁관련법안은 IMF의 자금지원 조건이 타결됨에 따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MF가 금융감독기구의 통합을 강력히 요구하는 등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한 만큼 금융개혁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리해고와 임금동결 촉구 등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지 정치권이 입법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워 하고있다.

○…국민회의는 금융실명제는 대체입법을 마련하되 자금출처 조사와 종합과세제도등은 IMF의 구제금융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하자는 입장이다. 자금출처 조사와 종합과세로 인해 지하자금이 산업자금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관련조항의 시행을 유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3당가운데 처음부터 금융실명제의 폐지를 주장해온 자민련은 여전히 국민회의와 달리 폐지입장을 지키고 있다. 또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국은행법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통합법이 중앙은행의 통화관리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총무가 김대중(金大中)후보의 TV토론회를 지켜봐달라고 말해 국민회의가 막판에 금융개혁법안의 일괄처리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교섭단체가 아닌 국민신당은 정치권의 공동대응이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그러나 국회가 열리게 되면 한이헌의원 등 재경위원들이 적극적으로 경제실정 책임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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