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지만 소중한 민속.풍속들

우리네 울음과 웃음은 책략이 담겨있다. 울음과 웃음도 양식화되고 의례화됨으로써 본능을 넘어문화화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풍속은 보여준다.

초상집의 곡, 영등할미날의 울음 등은 문화화된 울음의 현장이다. 초상집의 울음이 의례화된 인사차리기라면 영등할미날의 울음은 카니발적인 퍼포먼스가 된다. 나아가 울음속에는 계층화와 성차별화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강원도 봉평의 소리꾼 할머니들은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주소, 정선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도는데, 이내 신세는 어쩌다가 밭고랑만 안고 돌아"라고 삶을 노래하면서 "호미자루 석 자루가 녹도록 돌았다"고 내뱉는다.

남성이 괭이로 일군 논에서 주곡인 쌀을 수확하는데 비해 아낙네들은 녹아내리는 호미자루로 일군 밭에서 겨우 잡곡을 거두어 들이는 역할 뿐이다.

남성=괭이=논이 주(主)임에 반해 여성=호미=밭=부(副)인 것이다. 같은 농사짓이라도 어느 특정농기구의 점유에 따라 성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빗장을 열어 세계라는 바다로 정신없이 밀려가고 있다. 전지구적이라는 환경속에서새로운 흐름을 맞아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꼭 견지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자기정체성.내 눈으로 보고, 내 입맛으로 먹고, 내 멋으로 입고, 내 식으로 살아가는 것의 자유성. 그 힘을 기르기 위한 첫 행보는 바로 자기모습을 똑 바로 보는 것이다.

반세기가 넘게 한국문화가 샅샅이 파헤쳐져 왔다. 그렇지만 큰 것, 이름난 것에 치우쳤다. '한국의문화코드 열다섯가지'(김열규 지음, 금호문화펴냄)는 이런 대물주의, 유명주의에서 벗어나 물음의자락에서 빠진 것, 잊혀지고 있지만 문득 그리운 것, 응달에 묻혀져 있던 열다섯 가지를 끄집어내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혔다.

우리의 안채.안방, 고샅이 있는 마을터전, 불과 물 그리고 숫자의 쓰임새, 한국의 남녀가 어떻게또 어떤 모양으로 장가들고 시집갔는지 등 작은 기호를 통해 한국인의 내면구조를 밝힌다.유.무언의 전달기호인 울음, 웃음, 욕과 한 민족의 기본권인 식권, 세계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물이며 불, 소나무 등의 자연이 어떤 의미로 우리 삶속에 투영되어 있는지를 설명했다.'촌스런 것에 대한 그리움'(김종태 지음, 새벽 펴냄)도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옛날의 물건과 신앙,음식과 전통미를 소개했다. 골무에서 한옥, 개떡 한 조각부터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85개 항목의민속과 풍습을 짚었다.

한 사물이 왜 그렇게 변하고 사라졌는가를 꼼꼼히 살피면서 수필같이 잔잔한 웃음을 주고 추억을반추하게 한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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