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왜 적자인가

시내버스 업계가 늘 적자타령이다. 나라 경제가 불경기에 빠지기 훨씬 전부터 계속돼온 적자 주장은 지금도 여전하다. 나아가 대구시가 노선 전면개편을 단행하려 하자 "업체들이 마구 도산할것"이라며'절대불가'를 외치고 있을 지경. 업체 사장들은 "빚을 내 연명하고 있다""당장이라도 팔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시내버스 업계의 적자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됐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업계는 낮은요금체계만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요금 인상만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 주장한다.그러나 전국의 모든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력감축 경비절감 등 군살빼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버스업체가 경영합리화에 나섰다는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대구 32개는 시내버스 업체 모두 각각 자산총계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업계와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1인회사 또는 2~3명이 동업형태로 운영해온 업체들이 그 첫째. 버스 보유대수도 많고 재무구조도 건실한 편이다. 다음으로재무구조는 다소 취약하지만 업주와 주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맨 업체들이 있다. 세번째것은 경영이 어려운 업체들. 대부분 주주 숫자가 많고 관리요원 숫자도 다른 업체에 비해 많다.

노조 한 관계자에 따르면 허리띠를 졸라맨 업체 직원이 사장 포함, 5~10명에 불과한 반면 경영이어려운 업체 일부는 20명을 넘는다. 주주들이 취업(?)해 있기 때문. 주주들의 직함은 사장에서부터 전무, 상무, 이사, 실장, 부장 등 다양하다. 간부자리를 차지한 주주들의 숫자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개 5~10명. 이들의 월 급여는 최소 1백만원. 결국 이익배당을 기다려야 할 주주들이 임금으로 수억원을 챙겨가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업계 관계자들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정착된 관행이라는 것. 한술 더떠 한 관계자는"어차피 인건비가 필요한데 책임감 있고 내일처럼 성실히 할 수 있는 주주가낫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요금인상만을 경영난 해소의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온 업계의 불합리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

얼마전 경영난에 빠져 도산위기로까지 몰렸던 '대현교통'은 최근까지 노조가 회사를 경영했다. 몇달째 밀린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당초 주주 숫자도 4명으로 줄었고 관리요원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회사는 몇달만에 정상수준을 되찾았고 밀린 임금도 거의 정리됐다. 요금인상 없이도 경영난이 해결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시내버스 요금결정권을 가진 대구시가 이같은 업계의 제살 뜯어먹기 관행을 수수방관해왔다는 점이다. 업계 '경영난=요금인상'이라는 지금까지의 해결방식에 대한 책임을 대구시가 피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 체질개선과 경영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은채 업계의 앓는 소리에 끌려 다니다 결국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최근 노선 전면개편안을 확정키로 하는 한편 이에 따른 업계의 손실을 지원하는 방안을모색중이다. 어찌보면 이것도 괜찮은 방안일 수 있다. 시내버스가'시민의 발'로 활약하는 만큼 시민들의 세금으로 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 해도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업계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업계 주위에서는"지하철 개통과 노선개편이 이뤄지는 지금이 시내버스 업계가 거듭날 수 있는 적기"라며"이를 위해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정책과 업계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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