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울춘추(박종옥)-그대를 아십니까?

10년전쯤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1월중순 새벽2시경 상주 인근 낙동강직원이 야간순찰을 돌던중길한가운데서 이불보따리에 싸인 환자를 발견, 병원에 후송했다.

이불속에는 놀랍게도 20세가 조금넘은 비쩍 마른 처녀가 있었다. 응급실전체가 썩는 냄새가 나서병원밖에서 치료를 하였는데 환자는 벙어리.정신이상자에다 양발목이 모두 썩어 뼈가 앙상하게드러났으며 상처부위에는 구더기도 득실거렸다. 온몸은 짠내 투성이요, 머리엔 이가 버글버글했다.

물을 끓여 우선 환자를 목욕시켰다. 응급수술에 들어가 양발목을 절단했다. 문제는 다음부터 발생했다. 정신이상자인 환자는 온 병실을 낮은 포복으로 기어다니며 온갖 것을 다 주어먹고 아무데나 대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병원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 2인1조가 되어 24시간 수발을 들었다. 20일쯤 지나 아버지에게 연락이 되었는데 충남삽교 집에서 6개월전 집을 나간후 행방불명이된 상태였다. 병원직원 모두가 정이 들어 울면서 환송을 했다.세월이 흘렀다. 4년전쯤 산중턱에혼자 사는 86세의 할머니가 산불을 끄려다가 양발.양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응급실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치료를 했는데 상처부위가 모두 썩어 절단을 하게됐다. 팔다리를 모두 절단해야되었는데 정형외과 과장이 못하겠다고 하기에 대구로 후송을 했지만 4시간만에 돌아왔다. 아주 쉬운수술이니 우리병원에서도 충분히 할수 있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간병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후 64세된 딸이 찾아왔으나 자기 남편 병간호가 급하다며 2시간만에 달아나버렸다. 할 수 없이환자마을의 이장과 상의를 해서 이문제를 처리했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병원도 변했지만 환자나보호자도 많이 변했다. 잘먹지도 잘 입지도 못했지만 인정과 눈물이 많았던 그때가 그립다.〈상주적십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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