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었다. 외국언론들이 '한국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고 경고했을 때 적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정치지도자들은 그 사실을 덮어 버렸고 기업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윗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이 모양이니 국민들은 황소가 밟아도 무너지지 않는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줄 알고 흥청댔다.
일순에 무너진 허장성세
허세는 원래 사람을 죽인다. 닭싸움에서도 힘이 약한 닭일수록 깃털을 더많이 부풀리지만 힘있는닭은 발톱과 부리를 가는 법이다. 우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해외여행경비를 1만달러로 올렸을때 선진국들은 '뱁새의 갈짓자 걸음'이라며 웃었다고 한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거품을 정량인양 착각하고 국민소득 1만달러를 그들의 치적으로 내세웠다.테크노크라트들과 기업인들도 자신의 공로가 한몫을 했다며 우쭐댔다. 그러나 허장성세는 일순에무너졌고 IMF의 산소마스크가 없었다면 뇌사지경에 이를뻔했다. 모든 추락하는 것들은 날개가있다지만 무너지는 주가와 치솟는 달러화에는 날개가 없다. 우리 경제의 무너지는 소리는 '상한가'와 '하한치'라는 숫자로 읽을 수 있다.
누가 우리나라를 '총체적 부정공화국'이라 불렀듯이 지금의 경제위기도 총체적 부실에서 빚어진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정치권은 대선에 혼을 뺏겨 이전투구중이며 정권은 형편없이 무능하다.관료는 오리발만 내미는 무책임의 명수들이며 기업은 허약체질로 자란 기형아들이다. 이런 판국에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소비·사치·향락이 체질화되고 말았다.
"차를 계속 탈 수 있을까"
하루 아침에 닥쳐온 이 위기를 '경제 국치일' 또는 '경제 신탁통치' '국가 법정관리'라는 말로 비아냥거려지고 있다. 어느 외국신문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오던 한국이 '국제적 구걸자'로 전락했다는 치욕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제적 손가락질에 자존심이 상한것도 잠시뿐 앞으로 닥쳐올 대량실업과 물가폭등 그리고 세무부담까지 겹쳐 '타고 다니는 내 차를 계속 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심리적 공황상태로접어들고 있다. 1933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의 늪을 헤어나면서 "두려워해야 하는것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두려움을 갖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두려움을 떨치고 과감히 일어서야 한다.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경제전쟁이 시작되자 외국에선 원군이, 국내에선 민병이 일어나 힘을보태고 있다. 미국·독일·싱가포르의 교민들이 달러화를 송금하고 있고 각 지역과 직장에선 1달러 모으기란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면 할 수 있어
이는 1967년 중동의 6일전쟁 당시 '케네디공항에 모인 이스라엘 유학생'이란 기적과 다를바 없다.유학생들은 조국의 부름이 없었어도 앞다투어 예루살렘으로 달려가 불과 3백만명의 이스라엘 국민들이 수억의 아랍을 물리쳤던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의 끈질긴 국민성은 그것을 충분히 가능케 할 소질과 능력을 갖고 있기때문이다. 국내 정치학자들의 77%가 무능하다고 판정한 현정권은 미셸 캉드쉬 IMF총재를 대통령위의 대통령격으로 모셔 왔지만 우린 할 수 있다.
샐러리맨들의 하루 동선(動線)에 소요되는 통상경비는 8달러선인데 이를 5달러선으로 낮추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방법은 쉽게 할수 있는 일을 소리내지 않고 실천하면 된다. 우선 외국담배 피우지 말고, 해외여행 삼가고, 골프 안치고, 버스 자주 타면 된다. 산소마스크 낀 환자는 허리띠를느슨하게 풀어야 살지만 나라가 어려운 국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살 수 있다.〈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