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8개월전인 지난 4월 1일.급격한 자본유출로 지불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정부에 공식 제기한 것이다.이 경고는 곧바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나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 등 재정경제원 간부진은 이를 묵살하고 쓸데없는 연구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오히려 연구원쪽에 역정을냈다.
이같은 경고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나 민간 연구소 등 여러곳에서 연초부터 제기됐으나 재경원은 거시경제지표가 멕시코나 동남아국가와는 판이하게 튼튼하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되풀이하면서 줄곧 배척했다.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행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 11월 방한한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이 6개월전에만 수습에 나섰더라면 구제금융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사실로 볼 때 정부 당국자의 판단미스가 엄청난 국가재앙을 몰고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재경원의 판단착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외지급을 위해 금방이라도 전액현금화할 수 있는준비자산인 외환보유고가 정작 필요할 때는 유동화가 불가능한 절름발이 형태로 운영되어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0월말 외환보유고는 3백5억달러였다. 그러나 이는 외형상 숫자에 불과했다.신규외화차입이 전면 중단된 11월 5일 이후 은행과 종금사가 만기 재연장에 실패하는 바람에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털어내서 대신 갚아주는 금액이 매일 10억달러 이상이 되자 한은은 보유외환의 유동화에 착수했다.
그러나 보유고중 80억달러가 국내 은행 외국지점에 빌려준 금액인데 모두 대출형태로 묶여있어서금방 현금으로 바꿀 수 없었다.
결국 가용재원이 10여일분에 불과한 지경이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IMF에 지원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은내에서는 유동성이 확보되는 자산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외압으로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대출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의 고위 관계자도 설마 우리 은행과 우량기업들이 만기가 된 외채를 재연장 못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어서 보유외환을 변칙 운용하고 있음을 시인했다.우리 정부는 결국 "우리가 무슨 외환위기냐"고 큰 소리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에 둔감해오다가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한푼도 빌려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IMF에 백기투항한 꼴이 되고 말았다.
무책임한 환율정책도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주범이다. 작년에 2백37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는 데도 정부는 환율의 현실화를 외면했다.
멕시코나 동남아국가 등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이 죄다 자국통화를 지나치게 고평가한끝에 좌초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원화가치가 고평가된 상태에서 당연히 수입은 늘고 해외여행 바람도 거세지는등 과소비를 막을길이 없는 데도 정부는 억지로 환율을 안정시키기에 급급하다 무너지고 말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강전부총리, 재경원의 간부진은 물론이고 청와대 경제팀의 정책부재와 무정견, 근거없는 아집에다 중앙은행인 한은의 무책임한 방조가 어우러지면서 우리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갔다는 게경제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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