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촌 패트롤-러 청년들 병역기피 풍조 확산

'형편없는 처우에 만성적인 구타사고, 10명중 1명은 마약중독자'

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러시아군의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러시아 청년들 사이에는 "군대에 가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병역기피 심리가 만연한데다 복무중인 병사들의 탈영사건도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 군검찰에 따르면 현재 소치 군관구와 소몰렌스크 군관구에만도 각각 5백여명과 1천여명의징집대상자가 병역을 기피하고 도피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병무담당자에게 뇌물을 주고 서류조작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는 경우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최근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가 폭로한 바에 의하면 징집대상자가 병역이 면제된 것처럼서류를 꾸미는데는 1천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병역을 기피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피마 비쩨네프라는 병사는 탈영한후 국경을 넘어 벨로루시를 거쳐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까지 피신한 끝에 현지에서 불법체류자로 추방되는 바람에 결국 러시아로 송환돼 붙잡혔다. 또다른 병사는 핀란드 국경을 넘어 탈출했다가 월경혐의로 체포돼 핀란드 감옥에 갇혀있는데 "핀란드 감옥이 러시아 군대보다 훨씬 낫다"며 러시아로송환되지 않게 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 핀란드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군대가기 싫어하는 심리를 이용한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데 대학에 진학하면 징집이 연기되는 것을 이용, 모스크바 인문대학이라는 무허가 대학을 설립해 학생들을 무더기로 입학시킨후 등록금만 받고 잠적해버린 사기사건이 일어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토록 젊은이들이 군대 가기를 싫어하는 이유는 형편없는 환경과 병영내의 폭력때문. 심각한 재정난으로 장비와 식량의 보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도 "군대에 가면 성한채돌아오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일상적인 병영내 폭력이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심어주고있다.

공식적으로 지난해 5천명의 사병들이 구타등 병영내 폭력으로 죽거나 다쳤는데 그중 2천1백17명이 사망했다. 자살한 병사만도 5백43명에 이른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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