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유행의 과소비

설문조사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20대여성들에게 최고의 미인형은 역삼각형의 작은 얼굴과 가로세로 1대3비율의 계란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설문응답자들은 기회가 되면 코와 턱, 광대뼈를 깎는 수술로 미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시대와 풍습에 따라 미인의 기준이 변하듯이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서구화의 동경과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인기인과 닮고 싶은 욕구를 표현한 현상이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잠잘때하는 얼굴의 압축마스크까지 등장한 광고를 보면 아무리 아름답고 싶은 것이 여성들의 욕망이라해도 시대의 유행치고 너무 괴기스럽다고 느껴진다. 미국소녀들에게 2초마다 한개씩 팔린다는 바비인형도시대에 맞는 성형수술을 네번씩이나 했다는 보도를 보더라도 분명 과거의 미인이 오늘의 미인과다르다. 작은 얼굴의 미인형이 급변하는 미래에는 또 다른 미인형으로 변화할텐데 코 얼굴 광대뼈를 깎는 수술로 개성이 사라지고 모두가 복제한 모습이 된다면 디자이너 역시 필요없는 시대가도래할지도 모른다.

똑같은 얼굴모양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색상의 유니폼화된 의상과 머리형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사회 여성들 상당수는 자기의 개성은 오간데없이 인기인의목걸이 귀걸이 그리고 머리핀으로 치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40대 한 탤런트가 코믹한 공주의상으로 주부 팬들에게 반짝 유행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그 유행이 자취를 감춘 일을 상기해 보자. 자기의 개성과 스타일을 망각하고 '복제유행'을 따라가는 모습이야말로 과소비가 아니고 무엇인가. IMF구제금융사태로 무척 자존심이 상하고 있는 요즘 한국여성들은 미인은 많지만 개성이 없다는 외국 패션전문지들의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것같다.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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