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南北主導의 4者회담되게

4자회담이 오랜 기다림끝에 오늘부터 이틀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4자회담의 대명제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지만 북한측의 속내는 딴곳에 있기 때문에 회담의 장래는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중등 네 당사국들이 한국전쟁후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이래 실로 40여년만에 처음으로 갖는 회담이기 때문에 회담개최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의의는 찾을 수 있다. 회담에 참가하는 대표들조차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번 4자회담 본회담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도 '정전(停戰)'이란 한반도내의 비정상적인 질서가 항구적 평화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메커니즘에 시동이 걸린 것만 해도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여건상으로 가장 관심이 많아야 할 북한은 4자회담 자체가 체제위협의 요소로 보고 줄곧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한국의 대선전에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미국의 압력과 유혹에 등이 떠밀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한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불만을 은연중에 내비치기 위해 예비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외교부부부장을 본회담 수석대표로 내보내는등 스스로 성의없는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4자회담에 임하는 전략은 미국과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개선및 식량지원문제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엔 한·미가 가장 싫어하는 주한미군철수문제를 끄집어 내 회담을 원점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경제및 식량난해결이란 자국이익에 더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땐 회담의 중도포기까지 각오하고 있는듯 하다.이번 4자회담은 북한측의 여건 미성숙으로 미숙아(未熟兒)상태로 개최된 만큼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진지한 논의와 성숙된 결론을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측 대표들도 이번 회담에서는 분과위 구성에 합의만해도 큰 성과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주제를 세분화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은 충분히 예상된다.

이번 회담의 요체는 등이 떠밀려 나왔든 제발로 걸어 나왔든 북한이 4자본회담의 자리에 나온 이상 그들이 또 무슨 트집을 잡아 회담을 결렬시키려는 비열한 수작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한·미는 물론 중국도 고위급 인사를 대표로 파견하는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남·북당사국으로서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함은 물론 미·중과 튼튼한 공조를 유지하여 언제 반발할지모르는 북한을 안전하게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긴여정의 시작이지만 인내를 갖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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