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정자증도 아기 가질수 있다

결핵으로 한쪽 고환을 절제했고 고환염으로 무정자증이 된 최모씨(36)는 결혼 4년간 아기가 없어고민하다 지난해 11월 불임클리닉을 찾았다.

고환내 어딘가 있을 자신의 정자를 추출, 정상인 부인의 난자에 인공적으로 수정하는 난자내 정자주입술(ICSI)을 시술받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최씨의 경우 고환자체가 부실, 정자를 제대로 생성하지 못했다. 정자형성과정이 원형정자세포단계에서 멈춰 버린것.

지금까지 정자를 생성하지 못하는 남성 불임의 치료는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하는 비배우자 인공수정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하나병원 불임유전학 연구팀은 최근 최씨처럼 심각한 무정자증 남성불임 환자를 대상으로 머리와꼬리가 형성되지 않은채 성장이 멈춘 미성숙 정자, 즉 원형정자세포를 고환조직에서 추출해 미세조작으로 난자내 직접 주입하는 '난자내 미성숙 원형정자세포 주입법(ROSI)'을 시술, 정상 임신과 분만에 성공했다.

최씨는 올 10월 3.5kg의 건강한 여아를 얻었다.

난자내 미성숙 원형정자세포 주입술은 무정자증 남편으로부터 고환 일부를 절개해 그 조직을 잘게 부순후 원형정자세포를 추출, 미세한 유리피펫(지름 5마이크로미터)으로 여성배우자의 난자속에 주입해 2~3일간 체외배양후 수정란을 자궁내 이식하는 방법.

무정자증은 남성불임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여러 원인에 의해 고환내 정원세포로부터 정자형성과정이 정지해 정상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것.

무정자증에는 △정관이 막혀 정자를 사정하지 못하거나 △미숙정자가 운동성 부족으로 고환내서소멸하거나 △고환에서 정자형성과정이 이뤄지지않는 경우 등이 있다.

이중 정관폐쇄나 운동성부족은 미세 정자주입술로 임신에 성공했었다. 이번 최씨처럼 정자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자 전단계세포를 이용한 임신은 국내서도 처음으로 이뤄져 많은 불임부부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남성불임의 가장 중요한 진단은 고환 조직검사이다. 기존의 폐쇄성 무정자증의 경우 부고환에서정자를 찾거나 고환내 정자를 추출해 난자에 주입하는 시술로 많은 성공케이스를 가지고 있으나정자마저 보이지 않는 경우 임신은 사실상 불가능 했었다.

미성숙 원형정자세포 주입은 바로 이러한 불임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될 수 있는 마지막 가임법인 셈이다.

이 시술은 배아이식과 체외수정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즉 여성배우자에게서 여러 난자를 채취, 활성화단계를 거쳐 원형정자세포와 인공수정시킨다.

이때 3~4개의 수정란을 체외(무균실)에서 배양하며 상태가 가장 양호한 수정란을 골라 여성에게이식하게된다.

하나병원 불임 유전학팀의 이상민연구원은 "난자내 미성숙 원형정자세포 주입술의 핵심은 고환조직에서 분리된 정자세포를 염색하는 과정에서 크기와 핵의 위치에 따라 가임될 수 있는 세포를감별해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왔던 무정자증 치료에 새로운 계기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禹文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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