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전격인수함으로써 삼성의 자동차사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과 기아자동차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의 쌍용 인수과정에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점은 이런 가정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김석준(金錫俊) 쌍용그룹 회장은 쌍용자동차를 대우에 매각하는 협상이 진행중일때 임창렬(林昌烈) 재정경제원 장관에게 도움을 청했고 통상산업부 장관시절부더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던 임장관은 적극 지원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쌍용자동차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도 3조4천억원에 달하는 쌍용의 부채 중 대우가 맡게 된 2조원에 대해서는 10년간원금상환유예를, 쌍용그룹이 떠안은 나머지 1조4천억원에 대해서는 5년거치 5년상환이라는 사실상의 감면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을 계기로 자동차산업 구조개편 압력이 가중되고 국민여론이 호전되면 정부와 금융권이 삼성과 기아자동차의 M&A를 적극 추진할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재계의 예상이다. 물론 M&A 주체는 기아가 될 수 있고 삼성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한다.
자동차산업 구조개편과 관련해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최근 언급한 내용도 종전보다 유연해졌다는것도 이런 가정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회장은 최근 자신의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국익을 위해서라면 삼성자동차가 구조개편 차원에서타업체를 M&A할 수도 있고 M&A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말 그대로 삼성이 기아자동차 등 경쟁력을 갖춘 기존업체를 인수하거나 다른 완성차업체에 자동차사업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존업체를 인수하게 된다면 삼성은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자동차사업의 특성상 외국업체보다는 국내업체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삼성의 목표는 물론 기아자동차가 1순위로꼽힌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양한 차종과 1백만대 이상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지 않으면 기대치만큼 인수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아자동차 인수에는 걸림돌이 많은 편이다. 기아측의 반발은 접어두더라도 국민감정이 문제다. 게다가 반도체와 함께 삼성의 최대돈줄이었던 금융부문의 사업도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 여파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삼성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아를 인수하려 해도 자금동원력이예전만 못하다는 말이다. 또한 진념(陳稔) 전노동부 장관이 기아그룹 회장에 취임한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진회장은기아의 자력회생에 대한 의지가 유달리 강하기 때문이다.자동차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그룹의 자금사정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수조원의 자금이 투자되는 자동차사업을 계속 끌고 가다가는 그룹의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측에서는 실제로 최근 삼성을 둘러싼 악성루머가 자동차사업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는판단을 내리고 있다.
삼성은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사업을 기존 계획대로 밀고나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자동차 관계자는 "대우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자동차사업의 구조개편을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 평가하고 "그러나 삼성은 이번 일과 관계없이 자동차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밀고나간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저런 점을 미뤄놓고 볼 때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삼성에게 결단을 강요하는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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