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금사 5개 추가 영업정지 배경

정부가 지난 2일 경일 등 9개 부실종금사에 대해 영업정지조치를 내린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5개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를 단행한 것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공멸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다.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금융거래의 기본인 신용이 무너지면서 공황직전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지금의 금융위기는 금융권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은 있는데 돌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등 기관들이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종금사 전체에 콜자금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종금사는 극심한 원화조달난에 봉착하게 됐고 종금사는 부도를 면하기 위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서 기업의자금난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한라그룹 등 최근의 연쇄부도는 은행권으로부터 영업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종금사들이 부도를 피하기 위해 보유중인 기업어음(CP)의 현금 회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처럼 꼬이게 된 원인은 지난 2일의 9개 종금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때문이었다. 이로인해 부실 종금사에 빌려준 돈을 물리게 된 은행들이 이후 종금사 전체에 대해 자금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게 됐고 이는 종금사와 기업의 동시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정부의 이번 대책은 이러한 자금경색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추가로 부실종금사에 대해 영업정지조치를 취한 것은 우선 부실 종금사는 과감히 정리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다른 종금사에 대한 은행의 자금지원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나머지 종금사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유동성 조절자금을 지원하거나 자금 여력이 있는 특수은행들이 콜자금을 지원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정부는 대신 종금사 추가 영업정지에 따른 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은행신탁에 한시적으로 CP할인업무 취급을 허용하고 은행들이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에 물린 1조4천억원을 한은 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신탁이 한시적으로 CP할인업무를 하도록 허용한 것은 종금사의 중개로 은행신탁이 인수한CP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은행신탁이 직접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새로운 CP를 할인, 영업정지된종금사와 거래하던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즉 종금사가 맡고 있던 기업자금 공급역할을 은행신탁에 맡긴 것이다.

또 은행들이 영업정지된 9개 종금사에 물린 1조4천억원을 조기에 풀기로 한 것은 은행의 자금난해소를 통해 은행들이 종금사에 대해 콜자금 공급을 재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정부는 이와 함께 은행이 기업에 대한 대출의 축소·동결하는 사태가 생기기 않도록 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를 연·기금이 매입,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후순위채권이란 채권변제 순위가 가장 낮은 채권으로 이를 통해 조성한 자금은 전액 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자금공급 여력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현재 종금사의 부실로 인해 완전히 막혀있는 자금시장의 흐름에 숨통을튼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번 조치는 잘만 시행되면 현재의 공황상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효과를 거두려면 은행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정부에 대한은행의 불신이 너무 깊다는 점이다. 지난 2일 9개 종금사의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정부는 은행들에콜자금을 공급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은행은 1조4천억원이라는 돈을 물려 자금난을 겪고 있다.이 때문에 임창렬 부총리가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콜자금을 공급하라고 당부했지만 은행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종금사와 기업의 연쇄도산 위기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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