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불만스럽다, 정말 불만스럽다. 겨울은 어김없이 찾아와 추위를 느끼는 것이야 당연한 것인데 이번 겨울에 느끼는 추위는 세찬 바람으로 휑하니 떨어지는 낙엽이 뒹구는 것을 보며 겨울의당위성쯤으로 생각되는 그러한 추위는 아닌 것 같다. 차가움이 군밤 장수의 곁을 지나며 녹아내리는 그런 훈훈한 겨울은 어디로 갔는가.
모든 것이 문제가 없는 듯했다. 까짓거 큰 회사 하나 무너지는 것쯤이야 별 대수로울까. 장롱 속의 투자 가치를 상실한 돈이야 쓰면 그만이고, 쓰러지려고 하는 회사는 그 알량한 시장 경제의 원리에 맡기면 그만이다. 부실이면 자기 돈이 아닌 돈이 있으니 다시 고치면 그만이고, 문제되면 책임 회피면 된다. 권력은 사람 갈아치우는 힘만 세우면 그만이다. 권력이 어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부와 권력이 있어 맘껏 휘둘렀고 책임을 손수 면할 힘이 있어 책임이 없다. 아쉬우면힘을 가져보라. 그것도 능력이다.
고통 분담을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시민이 삶을 영위해가는데 결코 도움을 주지 않는다. 원래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들은 모든 것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온 터였다. 또한 그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자신에 맞게 잘 살아갈 것이다.소시민은 경제가 잘나가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허나 그들도 인간인지라 최소한의 정신적인 힘이 필요하다. 적어도 최소한의 밝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이토록 스산한 겨울에 밑의 끝을 모를만큼 경제는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어김없이 햇빛은 구석구석 내리쬐고 아주 작은 양일지라도 모든 소시민에게 골고루 내리쬘 수 있도록 하자. 정말 그럴수있을지. 아 이번 겨울은 참으로 불만스럽다. 정말 불만스럽다.
〈경북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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