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도장서 맺은 사랑 행복도 11단

"어릴때 키가 굉장히 작았어요. 신체적인 컴플렉스 때문에 검도를 시작했는데, 거기서 아내를 만났고 검도계를 키우고 싶은 제 꿈을 살려가고 있으니 매사에 감사할 뿐이죠"(남편 김종덕씨.대구고 체육교사, 대구시검도협회 부회장)

"제가 다리가 아파 잘 걷지를 못할때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계명대학 부근의 외국어학원에다녔는데 남편이 하루도 쉬지않고 업어서 데려다주었어요. 매사에 그래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없어요"(아내 손무영)

올해로 검도에 입문한지 32년째인 김종덕씨(47.검도 7단)는 앞유리창이 깨진 프라이드를 몰고 다니면서도 마음만은 부자이다. 경북고 재직시절, 전교생을 상대로 검도수업을 실시, 4백여명의 유단자 졸업생을 배출했나하면 84년 전국체전에서는 검도매스게임을 선보일 정도로 검도와 맺은 연이깊고 사사로운 이익에 마음이 흔들리는 법이 없는 '부동심'(不動心)의 소유자다.이화여대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효성여대에 강사로 나가던 아내 손씨는 심신단련을 위해 검도장을 찾았다. 거기에는 복학생이던 김씨가 지도를 거들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에서 거합검도 초단에 입문하고 돌아온 김씨와 손씨의 동갑내기 사랑은 '검도'를 통해 78년에 결실을 맺었다.

대학강사로, 학교 선생님으로 행복하기만 하던 두사람 사이에는 맏딸이 태어났고, 사랑도 무르익어갔다. 남편은 우리나라 최연소 검도 7단에 올랐다. 아내도 검도 4단에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보유자다.

둘의 다정함을 시샘이라도 하듯, 역경이 찾아왔다. 아내가 연골종양을 앓았다. 걷기가 힘든 아내는'좌절' 대신 생명의 실상에 대해 연구하는 강한 생명력을 보였다. 팔공산으로, 명상그룹으로 다니는 '씩씩한' 아내를 김씨는 늘 업고 다녔다.

"왠 독신녀가 남편이 하루도 빠지지않고 외국어학원에 업어다주는 것을 보고는 그런 남자라면 결혼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어요"

부부애가 각별하고, 부지런함과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동시에 지닌 처가부모님께 늘 감동하는 김씨내외지만 때론 의견이 일치되지않을때도 있다.

"집에 오면 턱도 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푸근히 지내고 싶죠. 하지만 아내들은 그렇지않나봐요. 부부니까 슬픈일.기쁜일을 다 나누어야한다지만 굳이 바깥일을 같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는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부가일수도 하니까요"

안과 밖이 같아보이는 김씨는 대구 모 여고의 검도부 운영을 동료에게 일임했다. 남편의 검도회관마련이 소원이던 아내의 바가지(?) 아닌 바가지가 없을 수 없지만 개의치않는다. 검도계 저변인구확대라는 본질적인 발전을 위해 사욕을 과감히 버리는 김씨는 한번 맺어진 부부는 끝까지 함께해로를 해야한다고 믿는 든든한 남편이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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