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그게 문화현장 기사거리가 되겠나?" 13일 오후2시 대명동 계대네거리. 주위의 우려 속에 대구에서 유일한 애니메이션창작 집단 '모션 앤 픽쳐'(654-1165)를 찾아나섰다. 거리에 넘쳐나는 대학생들의 젊음과는 대조적으로 한겨울에도 삐질삐질 땀흘리며 힘겹게 서있는 5층 건물. 1층은미술용품점, 3층은 미술학원. 그 꼭대기가 7명의 미대 출신 회원들이 세들어 사는 '모션 앤 픽쳐'의 현주소다.
"'만화영화'면 그만이지 꼭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 되나요?"
무지를 들통내고야 말았다. '로보트 태권V', '마징가 Z'…. 사람들이 만화영화라고알고 있는 것은 사실 '셀 애니매이션(셀룰로이드판에 그림을 그려 만드는 것)'이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의 한 종류. 그밖에 모래를 이용한 샌드 애니메이션, 진흙인형을 움직이는 클레이메이션, 오려낸 그림을 움직여가며 촬영하는 컷아웃 애니메이션,실제 사람이 정지동작을 연기하는 픽실레이션…. 이런 것들을 다 만화영화라고 할수는 없는 일. 상업용 만화를 거부하는 독립 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창조적인 기법과무거운 작가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모션 앤 픽쳐 회원들이 주로 하는 것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인터, 3D스튜디오,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를 선택해서 타블릿이라는 입력장치에 전자펜으로 그려낸다.물감으로 파레트를 어지럽히지도 않고 붓을 씻기 위해 물통을 휘저을 필요도 없다."수채화로 덧칠 효과를 낼 때는 열심히 입김을 불어 말리는 대신 우선 'Dry(말리기)' 기능을 선택하고…"
붓이나 진흙 대신 컴퓨터를 선택한 데에는 막대한 재료비용과 시간을 줄여보자는절박한 이유가 따른다. 물론 컴퓨터 고장으로 6개월분 작업량을 몽땅 날려버린 막내 이유식씨(26)의 경우처럼 의외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5분10초 분량의 단편을 5개월이상 공들여 완성해 놓아도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만드는 것이 문제. 아무리 작품이 뛰어나도 사람들이 5분, 10분짜리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 볼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할까? 모션 앤 픽쳐 회원들은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애니메이션 선진국인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1개의 비디오테이프에 여러 작가의단편 작품을 담아 보급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도 멀고 먼 이야기. 간간히 열리는 국제만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고작인 이들은 색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
18일까지 '환경과 생명전'이란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봉산문화거리 '예술마당 솔'. 사진, 회화,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 한켠에 3대의 TV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손영득씨의 '스프레이', 조중현씨의 '바다', 이유식씨의 '바람' 등 3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도 당당한 예술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21세기형 외화벌이 산업'이라는 부추김과 '청소년 정서를 해치는 천덕꾸러기'라는푸대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그러나 모션 앤 픽쳐의 회원들은 둘 다 아니라며 고래를 가로젓는다. 어른들의 돈벌이도, 아이들의 장난감도 아니라면 그럼 뭘까.
"애니메이션? 그건 문화고 예술이죠"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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