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파고 뛰어넘자-맺음말

왜 외제라야 빛이 난다고 생각해 왔을까? 무엇이 없는 가정까지도 '외식'하지 않을수 없도록 만들었던가? 최대한 큰 차를 타고, 큰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안됐던 원죄는 무엇이었던가?

'열등(劣等) 불안감'이었다. "나도 남부럽지 않네!" 소리치고 싶어서였다. 그것은 껍데기를 치장해야 채울 수 있는 것. 때문에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세워만 둘 것임에도 거창한 자가용을 샀다. 그리고는 드디어 그 과시의 기회를 찾았다. 딸아이 초등학교 졸업식. 불과 2백m 거리였지만 부부는 기어코 고급 승용차를 몰았다.

열등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가? 전문가들은 그 원천을 '정신적 열등성'이라 했다. 자기 혼(魂)을 갖지 못한 열등성, '참 가치'를 알지 못한 열등성. 껍데기 열등을 불안해 하는 사이 '속'이 비어버린 진짜 열등성.

속이 허(虛)한 사람은 추위를 더 타는 법. '자아'가 '자기자신'으로 꽉 차 있지 못하니 남따라 다니고, 거름을 지고라도 장에 따라가야 안심이 된다. 눈먼 비교 의식과 경쟁의식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속이 허해져 있을까? "수십년에 걸쳐 '잘살기 경쟁'에만 매달리느라 속을 살필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 삶에서 '어떤 것이 참되게 사는 길인가'는 중요한 궁구 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

옷 비싼 것 입고, 차 큰 것 타고, 화장품 외제 쓰고, 2백만원짜리 속옷 사 입고….그러나 그게 어찌 자랑일 수 있을까? 자랑은 남에게 하는 것. 이 사실은 '남에게이득을 끼치는 것이라야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것만이 자랑일수 있다'는 진실을 환기시켜 준다. 소방수 같은 사회 봉사직이 선진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이 되는 것도 이런 때문일 터.

진정 자랑을 갖고 싶으면 마음을 바꾸자. 비싼 차, 같잖은 속옷, 비싼 화장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천박함뿐일 수도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1만원이라도보내자. 소년소녀 가정에 김치를 담가주고, 빨래를 해주자. 그러면 온 세상에 큰 소리로 자신을 자랑해도 모두 박수를 보내 줄 것이다.

15일부터 외환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닐것이다. 참된 혼, 진정한 정신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하는 한, IMF사태는 복마(伏魔)처럼 엎드려 계속 우리를 되노릴 것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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