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전열정비 착수, 이회창 "정치활동 계속"

대선이 패배로 끝났지만 한나라당에선 책임론이 아직 터져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이회창명예총재는 발빠르게 재기를 다지고 있으며 당 내부사정도 수습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후유증이 추측보다 덜한 편이다.

이명예총재는 19일 패배의 충격도 채 가시기도 전에 당사로 나와 조순총재와 이한동대표, 선대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의외로 차분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는 경찰청파견 경호팀의 마지막 인사에서 눈물을 펑펑쏟는 등 감정을 억누르지는 못했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이명예총재의 거취였다. 그러나 그는 정계 은퇴보다는 정치활동의 계속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패배에도 좌절하지 않고 절대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부하된 시대적 소임을 다하겠다고 전제한 뒤 명예총재와 평당원으로서 맡은 소임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말했다.

그는 제1당으로서 정국운영에 협조할 뜻을 시사하면서도 김대중정권의 견제역할도 아울러 다할것을 다짐했다.

당 전열 정비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3역을 비롯 주요 당직자 전원은 이날 이한동대표에게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곧 당무운영위를 가동,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당대당통합에 따른 당직개편 등 당 체제정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당초 내년 3월 10일 열기로 한 제1차 정기전당대회를 차기대통령 취임이전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이회창명예총재의 재기 의욕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전국구의원직을 상실한데다 실질적 권한이 없는 명예총재로 남아 있고 특히 세력이 극히 미미하다. 다만 현재 당내에 구심점이 없다는점과 같은 신진 영입인사인 조순씨가 총재로 있어 양자간의 협력관계를 통해 당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총재복귀를 원할지도 모른다.

현실은 이후보의 뜻대로 될 지 의문이다. 지금은 석패와 김대중정권의 장래불안, 비호남, 비충청성향의 당색깔 등의 이유로 책임 공방이 벌어지지 않은 편이지만 속은 내연(內燃)중이다. 당내 다양한 세력들이 당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내부투쟁을 벌일 게 뻔하다. 당내에는 이회창, 조순직계세력과 김윤환, 이한동, 김덕룡, 이기택, 초·재선 및 개혁그룹 등이 있다. 이들의 연대의식은 그렇게강한 편은 아니다. 집권여당이란 강력한 결속요인이 사라졌다.

조순총재의 장래도 주목거리다. 2년임기를 보장받고 있지만 당내세력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당내 몇몇 다수세력들이 조순총재 간판을 유지시키면서 힘의 균형을 취할 수도 있지만 힘을 합쳐그를 밀어 낼 수도 있다.

당내 각 세력들이 어떻게 합종연횡하고 누가 당을 이탈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나여소야대를 맞고 있는 국민회의가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한 의원들과 내각제 선호의원 또 강현욱의원 등 호남지역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입작업을 서두르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내부 분열의 조짐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계와 국민회의의 연대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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