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식물의 순우리말식 표현이 옮살이와 붙살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물은 옮겨다니므로 옮살이이고 식물은 고착생활을 하므로 붙살이이다.
생물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동'의 개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동은 '위치의 변화'를뜻하며 연속적인 것과 단속적인 것, 아주 빠른 것과 아주 느린 것이 있다. 순간적으로 이동하는물체를 알아볼수 있기도 하나 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켜보아도 움직임 자체를 포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동을 인식하는 시간범위의 양극단에서 물체의 이동을 표현한다면 '모든 물체는 정지해 있다'고 할 수도 있으며 '모든 물체는 움직인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계 초침은 끊임없이 움직이나 시침은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동물의 이동은 연속적이고 빠른 반면 식물 이동의 대부분은 단속적이고 느리며 장기간에 걸쳐서일어난다. 그래서 붙살이인 식물은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쉬우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오히려 붙살이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자기 모순을 안고 있다. 씨앗은 어버이 그루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야 어버이와 자원 경쟁을 피할수 있으므로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종자이동 방법을 갖고 있다. 종자 이동은 거의가 수동적이지만 대단히 효과적인 이동방법이기도 하다.또한 식물의 생장도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이동이다. 어린 묘목이 높은 곳으로 자라 올라가고 덩굴식물이 줄기를 뻗어가는 것은 대개는 햇빛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몸의 일부가 고착되어 있고 다른 일부가 이동하는 것이지만 어떤 식물은 땅위나 땅속을 기는 줄기에서 새로운 뿌리와 잎이 나와 마치 새로운 개체가 확산되어가는 형태를 지닌 것도 있다.더욱 광범위한 식물의 이동은 장기간에 걸친 분포지의 이동이다. 빙하기의 반복으로 식물 개체군이나 군집 전체가 많은 세대에 걸쳐 아주 느리고 단속적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북반구에서 아한대 침엽수림이 빙하를 따라 남하하였다가 빙하가 후퇴할 때 다시 북상하는 대규모 분포지의 이동은 빙하의 이동방향과 일치하는 쪽의 개체는 살아남고 일치하지 않는 쪽의 개체는 도태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이동은 한세대에 한걸음씩 이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처럼 희생을 수반한 붙살이의 느린 이동은 먹이와 적당한 환경을 찾아 재빨리 이동하는 옮살이의 이동과 본질적으로 다를바 없는 것이다.
고 재 기 (경산대 교수·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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