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는 연말과 맞물려 사람을 괜히 들뜨게 하는 경향이 있고 마치 연말까지 공휴일인 듯한착각마저 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부터 모든 상점들이 거의 철시 상태가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유럽이 특히 강해 모두 철시하여 이듬해초에 문을 다시 연다.

방학을 맞아 연구업무차 미국이나 유럽의 연구소에 이즈음에 가게 되면 사람 구경은커녕 식사를위해 음식점조차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암담한 처지가 된다. 이듬해초까지 경비원 외에 아무도 없는 연구소는 그야말로 썰렁하기 그지 없다.그만큼 서구 사회에서 크리스마스는 추수감사제와 함께 큰 명절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엄연히 크리스마스 당일을 제외하고는 마지막날인 31일까지 일하는 날이다.연말이 되면 으레 나타나는 자선냄비는 흉흉한 바닥경제를 빌미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스산한 추위에 어깨를 더욱더 움츠리고 걷는 이가 더 많아진 만큼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닥치고 있는 경제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방 차지나 할지도 모를 어두운 내년의 시작을 명절도 아닌 크리스마스를 빌미로 '절제가 내 사전에는 없다'는 식으로 보내지 말자.

서구와 같이 명절도 아닌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이어 열리는 망년회니 새해 맞이니 하는 흥청망청일랑 모두 거두고 31일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하자. 언제까지 경제를 바닥에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연말을 보내는 데의 간소화가 아닐까 한다. 김동희〈경북대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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