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의 과학(40)-투명인간의 사랑

누구나 어렸을때 한번 쯤은 투명인간이 돼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골탕먹이거나 여탕을 몰래 훔쳐 보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이 생각만큼 좋은 일일까. 또 과학적으로 투명인간은 가능한 것일까.

1897년 영국의 소설가 HG 웰스는 소설 '투명인간'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애독되고 있으며, 미국의 존 카펜터 감독은 지난 92년 실수로 투명인간이 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SF영화 '투명인간의 사랑'을 제작, 인기를 끌었다.

웰스는 이 소설에서 그럴듯한 과학적 논리로 투명인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주변에는 투명한 물질이면서 언뜻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유리가 그렇다. 유리는 투명하지만 잘게 부수면 그것을 이루는 알갱이는 희고 불투명한 가루들이다.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혈액의 붉은 색소와 모발의 검은 색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투명한 조직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혈액과 모발을 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면 투명인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명인간'의 주인공인 과학자 그리핀은 어느 날 혈액과 모발의 색소를 투명하게 바꾸는 실험에성공한 후, 투명인간이 되어 재산을 모으고 권력을 잡으려고 나쁜 짓을 일삼는다. 과학적으로 생각해보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투명인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투명인간의 굴절률이 공기의 굴절률과 같아서 빛이 반사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투명인간이 사물을 볼 수 있을까. 외부에서 들어온 빛은우리 눈의 망막에 맺혀 형상을만든다. 그러나 빛이 그대로 통과해 버리는 투명인간은 눈에 아무것도 맺히지 않아 물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또 자신의 몸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거나 물체를 집을 수 없다. 우리가 물체를정확히 집기 위해서는 손이 물체에 가까이 갈수록 물체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감지해야 한다.투명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옷을 입으면 안된다. 겨울에도 발가벗고 있어야 한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지만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갇혀 정상적인 삶을살 수없게 한다.

투명인간은 인간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웰스는 투명인간이 되고자했던 미친 과학자 그리핀의 파멸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의 위용으로 이기심을 채우려는 우리의 욕심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 재 승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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