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후보가 대통령당선자로 확정된 순간 대구.경북의 대다수 주민들은 한마디로 '벌레씹은 표정'이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가 있는가하면 무엇을 잃은듯 허전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극성스런 유권자들은 울화가 치밀어 무슨일이라도 저질러야 직성이 풀리겠다고도 했다.대구.경북지역의 이같은 민심은 지역적인 반DJ정서에도 뿌리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의 행적에서 '믿을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다는데 있는 것 같다. 특히 '경제부터 살리겠다'고 취임초부터 외쳤던 김영삼대통령의 거짓에 속아 오늘의 경제난국을 맞은데 대한 상대적 불신이 더욱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김당선자는 물론 지난 5년동안 김대통령의 말바꾸기도 부지기수다. 대북쌀지원을 포함쌀개방문제, '한국병치료'등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에따라 최근 경제난국을 맞아 김대통령휘하의경제각료들의 거짓말은 점입가경으로 경제대란을 더욱 부추겼다. 외국의 언론과 금융가에서 우리의 금융위기를 거론했을때 이들은 '우리의 경제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충분한 외채상환능력이있다'고 큰소리쳤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조요청을 했으며 곧바로 외환위기가 닥쳤다.
국제통화기금과의 구제금융협상이후에도 날이 새면 탄로날 거짓말이 이어졌다. 전격적으로 9개종합금융사를 영업정지시킨 이후 더이상의 종금사영업정지는 없다고 한후 며칠만에 5개종금사의 추가영업정지를 내렸으며 이면계약에 2개 은행의 폐쇄를 약속하고도 이를 부인했다. 환율의 수직상승이 계속되면서 환율변동폭폐지설이 나오자 이를 부인하던 정부는 다음날 전격적으로 폐지해 버렸다.
이 바람에 불신풍조는 더욱 높아져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한채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나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외채의 경우도 정부발표는 6백억달러에서 1천억달러로 올라갔다가 지금은 2천억달러이상설이 나오고 있으나 재정경제원은 국회에서 집계중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으니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계에도 수입 지출을 챙겨 가사를 이끌고 있는데 국가를 관리하면서빚이 얼마인지를 모른다니 국정을 포기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거짓말은 우선 머리가 좋아야한다. 하나의 거짓말은 필수적으로 여러개의 거짓말을 수반하기 때문에 잘 기억하지 못하면 금방 탄로가 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그 거짓말을 믿어야 쉽게 들키지않는다. 그런데도 정부관료들은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국익(國益)'을 이유로 내세워 국민들을 속임으로써 국민의 불신과 외국의 의심을 동시에 샀다.
미국사회에서는 거짓말은 여느 범죄와도 다른 죄악으로 통한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미국사회에서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치욕적인 욕설로 통한다. 거짓말에 대한 그런 결벽증을 '워터게이트'사건에서 여실히 볼수 있었다. 닉슨대통령의 치욕적인 하야는 도청자체보다 그를 은폐하는 과정에서의 거짓말때문이다.
김대통령당선자도 미국의 사례와 현정권의 말바꾸기로 인한 국정의 난맥상을 똑똑히 지켜봤을 것으로 국민들은 믿는다. 야당시절의 말바꾸기와 선거과정에서 선거용으로 내세웠던 1백70여개의 공약이 국정수행에 부담이 될것이다. 내각제공약도 지키기가 어려울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정의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거짓없는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국민의 신뢰와 국제적인 신용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김당선자에게 등을 돌렸던 과반수이상의 유권자들도 IMF한파속에 과거의 말바꾸기의 잘못을 고백하고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기원한다. 특히 대구.경북주민들은 이젠 섭섭한 마음을 가다듬어 김당선자의 국정수행여하에 따라 동서화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