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 국회는 시대역행인

국회가 금융개혁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보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우리 정치인들이 지금까지보여온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다시한번 드러낸것 같아 실망스럽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권은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정치 자금에 연관된 문제에서는 여와 야가 따로없었고 체면치레할 겨를도 없이 너무나 적나라했었다. 작금 금융감독기구 독립 문제에 집착하는재경원과 돈세탁방지법을 무산시킨 국회의 모습에서 우리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부처 이기주의에 아연할 따름인 것이다.

금융개혁법 개정안이 당초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던 통합 금융감독위가 국회 재경위에서 심의를 받는 동안 슬그머니 재경원 산하 기관으로 둔갑해버린 것부터가 미심쩍다. 애당초 금융감독위를 독립 기구로 설치해야한다는 발상은 재경원이 지나치게 비대화, 관치(官治)금융의 한계를 뛰어넘어야한다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IMF와 독립적인 금융 감독기구 설치를 약속까지 해 놓고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금융개혁의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감독위의 재경원 산하 예속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누가 뭐래도 재경원이 감독위를 자기 산하에 묶어놓고 싶어하는 것은 금융산업을 장악, 앞으로도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 국회 재경위 일부의원들이 "은행 부실 대출의 책임이 재경원에 있는만큼 감독기구도 재경원 아래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는 견강부회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보다는 금융개혁위가 총리실로 넘어갈 경우 국회 행정위의 영향권에 들게 되는데서 비롯되는재경위의 '배앓이'때문에 금융감독위의 총리실 귀속이 진통을 겪는다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돈세탁방지법도 그렇다. 음성의 정치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와는 아랑곳없이 여야가 슬그머니 자금세탁방지법을 무산시킨 것은 국민 정서에도 어긋날뿐 아니라 당장 정경유착 관행을 지적하고 있는 IMF협약에도 위배된다.

IMF가 실행 계획 점검과정에서 돈세탁방지법 유보를 내세워 우리의 개혁의지를 의심, 딴전을 피울까 우려된다.

전국민이 고비용 저효율의 '돈정치'의 폐해를 절감, 개혁을 요구해온 이 마당에 여전히 '돈 정치'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머무적거리는 정치인들이 개혁의지는 그만두고라도 최소한의 양심이나마 있는지 묻고 싶은 심경이다.

IMF의 파고앞에 전 국민이 전전긍긍하는 이 마당에조차 지난날의 돈 정치때의 정경유착구조에연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여간 역겨운 것이 아니다.

국회와 정치권은 다시 외환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IMF및 외국투자가들의 자금지원에 장애가 되는 각종 입법조치들을 이번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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