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체제 개편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당권파(조순총재, 이한동대표)와 실세파(김윤환고문, 이기택고문, 김덕룡의원)간의 파워게임은 역시 힘을 가진 실세파들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당내 큰 흐름은 김윤환고문이 대선 직후부터 제시한 경선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형국이다.조순총재와 이한동대표는 29일 당무운영위에서 당헌상 9인이내로 둘 수 있는 최고위원을 총재 지명뒤 전당대회나 전국위원회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당규안을 마련,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되었다. 사실상 현 체제유지파들이 당권장악에 실패한 것이다.이날 김덕룡의원은 경선 실시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뒤 "최고위원제 인선과 관련한 당규제정안은 내년 3월전당대회전까지 보류하자"고 제의했다. 여기에 김윤환고문계 신경식의원과 민주계 김정수의원, 민주당출신 제정구의원, 장경우전의원도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이한동대표는 지도체제와 관련한 새 당규안의 처리를 유보하고 김덕룡의원이 제안한중진협의체인 '당비상대책위원회'구성안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당은 이제 중진들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31일 조순총재와 이한동대표, 김윤환, 이기택고문, 김덕룡, 신상우의원, 홍성우전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조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당무운영위에서도 우회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이제 야당식 경선 실시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선의원그룹들은 애당초부터 경선 도입을 주장했다.
게다가 서울지역의원 21명도 이날 조기전당대회 개최 및 당지도부 경선제를 요구하고 나서 경선실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당지도체제 경선과 관련, 주목을 받는 대목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누가 출마하고 어느 정도의 표를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김윤환고문은 최다 득표를 노리고 있으며 이기택고문도 민주당 기반을 통해 상위 랭크를 바라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대구출신의 강재섭의원도의욕을 가지기 시작했고 주위에서도 권유하고 있다.
한편 각 중진의 집안 단속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계보 모임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이한동대표는 29일에도 경기지역 원내외지구당위원장들과 회동했고 김윤환고문도 30일 낮 대구경북지역지구당위원장들과 오찬을 했다. 이기택고문도 30일 저녁 계보원1백5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송년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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