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기정부의 남북 통일정책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새정부가 들어서는 98년, 우리에게는 분단과 대결의50년사를 종식시키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통한 민족통일이라는 과제가 절대 명제로 주어져 있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올 한해동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각계의 의견을 들어본다.

▲남궁산(南宮珊·64·이북5도민회중앙회 사무총장)

실향민으로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산가족 생사 확인과 교류다. 분단 50년을 훌쩍 지나면서 분단1세대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이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이산가족 생사확인은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이산가족 면회소와 우편물교환소가 설치되도록 북한에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북한이불응한다면 모든 대북지원과 대북접촉의 전제조건으로 이 두가지의 이행을 요구, 올해안에 반드시이산가족 생사확인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성호(諸成鎬·40·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간 인적교류를 보다 확대함으로써 민족동질성 회복에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의 일환으로 남북한 및 중국간에 논의되고있는 속초-나진간 해로개설 및 나진, 선봉 경유 연변지역 관광문제를 하루빨리 타결지어야 한다.또 슈퍼옥수수 같은 다수확 품종을 지원하는 것이 북한 식량난 해결의 근본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문제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동규(金東圭·32·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남북기본합의서의 국회비준을 통해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동질성회복, 평화, 군축 등 모든 남북관계 현안에 관한 입장을 담고 있으며 기본합의서의 실천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와 함께 최악의 식량난으로 대규모 아사위기에 처한 북한동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긴급 구호대책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인도애와 동포애에 관한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도 강화되어야 한다.

▲손재우(孫在右·34·한화유통)

최근 몇년동안 일부 단체의 북한 식량지원을 제외하고는 민간의 남북교류가 꽁꽁 얼어 국제경기남북단일팀 논의도 사라져 버렸고 예술공연 교류도 실종됐다.

그러나 우리에겐 2002년 월드컵이 있다. 우선 올해안에 남북한 축구경기를 재개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월드컵 공동개최와 남북단일팀 구성도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한다.

16강 진출이 통일보다 앞서는 목표는 아닐 것이며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로 국제사회에 우리의 통일의지를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재현(朱宰玄·27·연세대학교 대학원)

통일의 경제적 비용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통일비용이 분단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홍보해 통일이 가져올 현실적 이익을 되새겨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우리 경제여건이 어느 때보다 악화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통일문제에관한 경제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통일이 지연되면 될수록 통일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북한과의 경제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의 부담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

올해는 남과 북 모두에게 뜻깊은 해이다. 오는 8월15일에 남쪽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되고 9월9일에 북쪽은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지난 50년은 남과 북 모두에게 가시밭 길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는 고통스런 세월이었다. 분단의멍에속에 때로는 전쟁을 겪으면서, 때로는 외국의 원조를 받으면서 남과 북은 각각 다른쪽에 의존함이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체제가 될수 있게끔 피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그 결과가 만족스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결코 가볍게만은 볼수 없는 것이다. 남은 국가부도 한걸음 직전까지 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려 다시 땀흘려 일한다면 얼마든지 새롭게 일어날 수 있는 기초를 다져 놓았다. 북 역시 붕괴 한 걸음 직전까지 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공산주의가 세계적으로 무너진 현실을 생각한다면 저만큼 버티고 있는 것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참으로 한심한 것이 바로 우리 한민족이다. 오늘날 남과 북이 비슷하게 겪고 있는 경제적 파탄의 원인 하나만을 따지고 보아도 우리 겨레의 바보스러움은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가.

남과 북은 모두 엄청나게 큰 규모의 군사비를 부담하고 있다. 남은 북의 군사적 대비에 대응하기위해, 북은 남의 군사적 대비에 대응한다는 명분아래 각각 너무나 많은 돈을 무기를 사들이고 상비군을 유지하는데 쓰고 있다. 이것이 수십년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남과 북 모두 병들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남과 북은 하루빨리 지나친 군비경쟁을 그만 두어야 한다. 단계적으로 군비 통제와군비 축소의 길을 함께 걸어 막중한 군사비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과 북은 지난 91년에 체결되고 92년에 발효된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상호군축에 합의했다. 따라서 남과 북이 이 합의서를 실질적으로 되살려 내기만 하면 된다. 새로 거창한 합의를 만들어 내지 않고도 이 합의서를 충실히 지키기만 하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그렇게 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공식적 차원의 남북대화를 다시 열어 협상을 진행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마침 지난해 10월 북에서는 김정일(金正日) 권력승계가 공식화됐으며 오는 2월에 남에서는 수평적 정권교체에 의한 새정부가 출범한다.

이것은 남과 북이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회담을 할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 특히 남과 북 모두가 각자의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는데 1차적으로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차기정부는 남과 북 사이의 쌍무적 대화와 병행해 4자회담 본회담이 잘 진전되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 네 나라는 지난해 12월에 4자 회담 제1차 본회담을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는 3월에 제2차 본회담을 열기로 하는 데 그쳤다.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4자회담은 앞으로 몇해 더 걸릴 것이며 참가자들의 인내와 지혜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4자회담의 핵심은 지난 1953년에 성립된 휴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 평화협정이 미국과 북한사이에서만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남한은 남북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미국과 중국에 의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필자의 소견으로 평화협정은 우선 남북 당사자 사이에 체결돼야 하며 이어 미국과 중국에 의해보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에서 보았듯 차기정부는 남북 사이의 쌍무적 대화와 4자회담이라는 다자회담 모두가 활발히진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 사이의 쌍무대화는 여전히 외면하고 다자회담은계속 열어놓으려 할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북사이의 쌍무회담이 없어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다자회담을 통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만 한다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남북대화의 재개를 호소하는 남쪽의 목소리는 올해에도 외로울 수 있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같은 것은 좀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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