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정권의 출범은 가히 '혁명적'이다. 사회 대변혁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그렇다면 정국과 정치권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분야는 경제, 통일 외교 안보, 사회 문화 등 타 분야와는 다른 성격이 있다. 김대중차기대통령의 통제와 영향력이 약한 곳이다. 그래서 정가는 정치권이 당분간은 김대중, 김종필(金鍾泌)씨 양대축을 중심으로 한 여당세력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강원권 등이 다소 참여하는 야당세력이 대치하게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가의 관측통들은 소규모 이동은 불가피하겠지만대규모의 정계 개편에 빠져들 확률은 아직은 낮다는 쪽이다. 한나라당의 김윤환(金潤煥)고문은 98년말이나 99년초까지도 여소야대정국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권이 정치개혁에 대해 할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한때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으며 내핍생활을 통해 야당으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할 일은 이같은 정치개혁을 보완하는 게 고작이다.
다만 정치권이 혼란과 창조의 교차점에 와 있다는 분석이 정가에 일반적이다. 우선 정국상황이 경제위기 탓에 파국은 피하겠지만 일단 안정보다는 불안정쪽에 좀더 가깝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 김영삼(金泳三)대통령식의 강력한 통치스타일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김정권은 출발도 하기전에 파산난 경제를 떠안고 있다. 게다가 각계 각층의 욕구 불만이 팽배해있다. 통치여건이 최악이다. 모 의원은 "김차기대통령이 근로자와 농민, 서민, 중소기업인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감을 안겨 주었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기때문에 이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당은 과반수 의석을 못 넘긴채 이질성이 내포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동거체제로 이루어져 있고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또 30여년동안 야당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씨라는 3김씨의 보스체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왔지만 야당이 된 한나라당의 내부는 구심력을 상실했다. 언제라도 흐트러질지 모르는 연합체 성격이다. 분열과 이탈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나라당의 모 중진의원은 "이제 우리의 운명은 우리들이 만들어 나가지 않을 수 없으며 과거 야당때처럼 계파 보스들의 세대결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뭉쳐 있느냐 아니면 해체의 길을 걸을 것인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정국과 정치권은 한마디로 총체적인 지도력의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이 역시 자칫 혼란을가속화시킬 요인도 된다. 그렇지만 이 지도력 공백을 IMF체제가 대신 채워줄 수는 있을 것이란게 정가의 역설적인 기대다.
정가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DJP연대로 지칭되는 연립정권의 성공 여부다. 유럽 대부분의 선진민주국가들은 다양한 시대를 반영, 연립정부 혹은 연합정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본격 시도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벌써 한나라당내부에서도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가는 한나라당의 향후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국민회의 한 고위인사도 "한나라당은 집권경험이있는 첫 야당"이라면서 "과거 야당식의 반대만을 위한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협조와 견제를 분명히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정가분석통들도 여야의정권교체로 인해 책임있는 정치가 구현되고 앞으로 정치권도 정책, 노선에 입각한 생산적인 대결의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권하에서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변화들이 모색될 것이고 이의 성공적 실현은 정치집단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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