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용불안에 직장정서도 삭막

정리해고제가 눈앞에 닥치면서 직장근로자들의 심리가 불안과 초조감에 휩싸여 사소한 농담이 시비거리나 주먹다짐으로 비화되는가하면 일부업체 임원들은 감원에 따른 성가신 인사청탁을 꺼려온종일 전화사절을 하는등 극도의 정서불안 현상이 기업체마다 두드러지고 있다.감원태풍에 시달리고 있는 포철공단 근로자들의 경우 최근 상황을 빚대 사내에서'살생부 등재대상''해외출장은 감원직전의 위로휴가''아내를 부업전선에 내보냈다'는등 농담끝에 마음이 상해 동료간 담을 쌓고 지내는가 하면 폭력을 유발하는 사태가 다반사다.

공단내 모업체 직원들은 최근 고용불안과 관련한 이야기끝에 상호간 '감원대상 1호'등의 농담을주고받다가 우격다짐을 벌였고 또다른 업체에서는 최근 모부서폐지설이 나돌아 부서원간 집단충돌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국제강 정영주인력팀장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없어졌다"며 "특히 고용불안과관련한 이야기는 경우에 따라 특정인에 대한 집단괴롭힘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IMF한파가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이후 포항공단내 주요 업체들의 관리담당 임원이나 인사관련 부·차장급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특히 전화통화의 경우는 대부분 여직원이 받아 '부재중'이라고 말한뒤 상대방의 신분을 탐색, 별부담 없는 때에만 바꿔주고 있다. 강원산업 박종규인사팀장은 "기존 직원도 잘라야 되는 판에 신규인사부탁 전화는 서로간 입장만 곤란해질뿐"이라고 토로했고, 포철 협력업체의 김모사장은 "단체활동을 많이 한 탓에 부탁받는 건수가 많아 요즘엔 아예 모임에도 불참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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