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반지부대와 금두꺼비부대

인류가 황금을 사용한 이후 가장 어리석게 금을 낭비한 것은 성문을 세우면서 지반을 다지기 위해 땅밑에다 무려 3만7천5백 파운드(4백53만쭝)의 금을 녹여 부어 넣은 인도 푸나 지방의 프랜즈할 성을 꼽는다.

7백년전의 일이지만 몇 년전 인도 보이스카우트에서 금덩이를 파내자고 정부에 청원, 허가까지 받았으나 사원측이 신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아직도 단지 문설주 하나를 버티기 위해 땅속에 2천억원(1억2천만달러)의 금을 사장시킴으로써 세계에서 제일가는 낭비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적절한 대비가 될지 모르나 지금 세계사람들은 한국의 지혜로운 금이용에 깜짝 놀라고 있다. 불과 30여년만에 전쟁의 폐허위에서 소득 1만달러의 OECD국가를 이뤄내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이 어느날 갑자기 IMF구제금융 국가로 추락해 깜짝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4천만 금 모으기 캠페인으로 또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천5백억달러의 빚을 지고도 한국은행에는 땡전 1달러도 모아놓지 않은 인구 4천만의 조그만 나라가 백성들의 장롱속에는 2백억~3백억 달러가 넘는 금을 꿍쳐두고 있었다는 사실은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이 볼때는 애 돌잔치에 금반지를 갖고가는 통큰풍습도 의외겠지만 그보다 어제까지도 흥청망청하던 국민들이 나라가 어렵다니까 순식간에 금붙이를 끄집어내 은행앞에 줄을 잇는 모습에서 정말 희한한 나라라고 경탄했을것이다.

경제계의 추측대로 2백억~3백억달러의 금이 모일지 않을지는 아직 단정 할수 없지만 「돌반지 부대」의 애국심과 열기가 금두꺼비, 금거북 소유계층에까지 잘만 확산된다면 정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한국민의 저력과 애국심을 보여줄수 있을것이다. 금은방을 지나며 보아온 금두꺼비와 거북, 황금골프장식, 황금도장 뚜껑, 황금산수화병풍이 나오지 않고 한돈, 반돈짜리 금모으기로는 그야말로 참깨 굴리기 게임으로 끝나게 된다.

몇년전 온나라가 흥청댈때 일부 재벌기업들은 해외에서 소장용 기념 금괴를 경쟁적으로 수입, 엄청난 양을 시판했었다. 지금 그때의 그 금괴들은 극소수 고소득계층의 장롱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런데도 아직 금모으기 창구에 대형금괴가 나오는 경우는 미미하다. 서민층 돌반지 부대의 행렬만 길뿐 정작 목돈이 될수있는 금괴와 금거북이와 황금골프채는 거의 미동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긴 어느 재벌총수도 금붙이를 내놓긴 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외제차를 팔거나 성(城)같은 대저택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경제 파탄의 오적(五賊)들로 꼽히는 사람들 역시 아직 은행앞에 줄섰다는 보도가 없다.

수천억을 부정축재하고 감옥에서는 나라걱정을 끔찍히 했다던 「전직」출옥자들 또한 군사반란시 달고다녔을 금별을 단 한개도 내놓지 않고 있다. IMF난국의 주된 책임자들은 여전히 금두꺼비처럼 파리 잡아먹은 표정에 금거북처럼 장수하고, 난국의 해결은 해직당하고 감봉당하는「돌반지부대」의 몫으로만 남는듯한 기분이다.

기상천외의 금모으기로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있는 이 구국적인 캠페인에서 정작 크게 가진자와 책임이 더 큰쪽은 많은 금괴를 끌어안은채 돌아앉아 있고 돌반지 부대들만 줄을 선다면 세계사람들은 또 한번 정의롭지 못한 나라, 기울어진 애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수 없게 된다. 우리는 더이상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된다. 그런 심정에서 금두꺼비 금괴부대의 큰 동참을 기대하고 호소한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갑판이나 3등칸 승객만 죽고 1등칸 침대에 타고있으면 안전하게 혼자 살아남으리라 믿는다면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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