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권력'(시드니 민츠 지음, 지호 펴냄)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다". '설탕과 권력'은 설탕을 통해 근·현대사와인간 삶의 양태를 치밀하게 추적한 책.
미국 인류학계의 석학 시드니 민츠는 푸에르토리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조사작업을 수행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학문과 저작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단순한 현장조사작업을 넘어 역사속의 음식과 사람의 발견, 사회구조의 변동같은 주제로 연결, 인류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설탕은 유럽에 약품과 향신료로 아랍인이 보급했다. 왕과 귀족들은 처음에는 설탕을 단순한 향료로 쓰는데 그쳤으나 도입량이 많아지면서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변했다.연회에서 설탕으로 여러 형태의 기념물과 상징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변모하고 이런 의미들은 서민층에까지 확산되어 일반가정에서도 이를 모방한 상징물이 흔히쓰이게 됐다.
결혼이나 연회에서 이런 상징물은 권위를 과시하는 도구가 되며 지금도 케이크를 장식하는 설탕반죽으로 그 잔영을 남기고 있다.
저자는 설탕의 쓰임새와 의미변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화와 근대화 그리고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설탕수급과 생산방식에 주목한다. 산업화과정이 한창 진행중이던 영국에서 설탕은 대량소비되었는데 설탕과 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영국노동자들에게 비싼 맥주와 수프대용품으로 쓰였다. 부녀자들이 일을 나가면서 부족한 시간에 빨리 식사준비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술처럼 노동생산성을 해치지 않고도 칼로리를 공급해주었던 설탕과 차는 위정자들의 이익과 맞물려 노동자들의 애호품이 되었다.
수백년동안 쓰임새가 변하면서 자본주의화 과정과 궤를 같이 한 설탕은 가공식품을 통해서 현대인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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